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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랑하는 ‘하늘 그물’의 두 얼굴 |
대형 화면에 사람과 차량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움직이는 물체 위에 작은 사각형이 나타나고 그 속에 문자가 적혀 있다. 각각의 사람과 차량에 관한 정보가 그 위에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갑자기 경고음이 들리고, 한 사람의 얼굴이 부각된다. 그 사람은 수배자이고 즉시 경찰에 통보된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영상은 중국 정부가 공개한 실시간 영상 감시 시스템 ‘톈왕’(天網·천망)에서 나온 것이다. ‘하늘의 그물’이라는 의미의 텐왕은 중국 정부가 부패와 범죄를 추적하기 위해 2005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한 범죄 추적 시스템이다. 최근 톈왕은 2천만대의 보안카메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디지털 감시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중국 관영 <시시티브이>(CCTV)에 따르면 전국의 보안카메라는 개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강화된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한다. 특정인의 나이, 성별, 그리고 옷 색깔 등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인물 위에 중첩되어 보인다.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추적도 가능하다. 톈왕은 중국 정부의 국가 주민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어 신상 정보를 포함한 모든 개인의 활동과 이력이 관리된다.
시진핑 주석은 톈왕이 “모든 종류의 위험을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한 사회 통치의 혁신”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사물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수십억개의 기기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사람들을 감시하는 상황은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올리게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은 감시가 필요하다는 시진핑의 논리는 낯선 것이 아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한다”(天網恢恢 疏而不失)고 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하늘의 그물’이 아니라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만든 ‘지상의 그물’ 아래에 살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홀로 있을 때도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신독’(愼獨)의 의미를 가르쳐야 할 때다.
이재포 협동조합 소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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