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박근혜 부녀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예술작품에 대한 ‘정치 검열’이 버젓이 벌어졌다. 검열에 맞서 예술인들의 저항이 본격화한 가운데, 정영두 안무가가 지난 10월30일 서울 국립국악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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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15년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② 국립국악원 공연 검열에 맞선 안무가 정영두
2015년 문화예술계를 습격한 단어는 ‘검열’이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검열이, 세기를 넘어 예술 표현의 자유를 겁박하고 문화예술인들을 무대 아닌 거리로 내몰았다.
지난 9월 이윤택·박근형 연출가가 각각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정부 창작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였다. 예술위는 연출가들에게 지원 포기각서를 종용하고, 심지어 본인이 신청한 것처럼 온라인 시스템을 조작하기까지 했다. 이뿐 아니다. 예술위 산하 공연예술센터는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센터장 등이 직접 나서 연극 <이 아이>공연을 방해하고 대본 제출을 요구했다. 시대를 거스른 ‘검열의 귀환’이자, 민주주의의 후퇴였다.
검열에 맞선 예술인들의 저항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영두 안무가는 험난한 최전선에 서 있다. 지난 10월 국립국악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박근형 연출의 출연 배제를 요구하자, 이를 폭로하고 서울 국립국악원과 일본 주일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갔다. 그를 뒤이어 연극인들이 릴레이 시위에 나서는 등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 위한 검열과의 항쟁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현재 릿쿄대 준교수로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정 안무가를 지난 주말 전자우편으로 만났다.
“박근형 연출이 당할 때 이미 나도 함께 검열을 당한 것입니다. 이것은 곧 나의 문제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 조건으로서의 기본 원칙입니다. 억압에 의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조건을 빼앗긴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검열은 인간 모두의 문제입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박정희·박근혜 부녀 풍자 이유로이윤택·박근형 연출가 지원 탈락
“세월호를 연상시킨다”
연극 ‘이 아이’ 공연방해·대본 검열 “검열은 예술가에 대한 폭력·모독
이런 상황 계속되면 자기검열 만연”
예술위 모르쇠 일관
“침묵은 고도의 계산 깔린 정치행위” 그에게 먼저 “당신이 직접 검열당한 것도 아닌데 왜 검열과 맞서 싸우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군사정권 이후, 이처럼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검열했던 정권은 없었던 것 같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예술가들은 작품의 소재 선택이나 표현 방법을 스스로 검열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자유로운 창작을 꿈꾸는 모든 예술가들에 대한 모독이자 폭력입니다. 예술가들은 지금 정치권력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검열과 파행’ 토론회. 대학로X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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