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놀 때 ‘김치녀’ 단어 사용”
여성혐오 댓글 단 10대 남성 비율
남 대학생·무직남성보다 더 많아
“인터넷서 배운 뒤 ‘또래문화’ 돼”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9살 박아무개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치녀’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익숙한 단어라고 느끼고 때론 공감도 한다. 얼마 전 “여자친구가 ‘나 놀이동산에 가고 싶어. 그런데 돈이 없어’라고 말해 부담스러웠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김치녀’란 단어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즘엔 친구들과 놀면서도 자주 이 단어를 쓴다. “한 여학생이 지갑을 놓고 와 친구들에게 빌려달라고 했는데, 남자애들이 ‘김치녀’라고 놀리면서 함께 웃었어요. 그냥 재미로 그런 거예요.”
청년세대뿐 아니라 10대 청소년들 역시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해 여성혐오 표현들이나 주장들을 자주 접하면서 은연중에 ‘여혐’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5~34살 남녀 1500명(남성 1200명·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성의 삶에 관한 기초연구 Ⅱ’를 보면, 여성혐오성 댓글을 단 사람들 중 남성 청소년(27.9%)이 대학생(23.1%) 및 무직 남성(24.2%)보다 많았다.
대표적인 여혐 사이트로 꼽히는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는 청소년들에게 잘 알려진 사이버 공간이 됐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중고등학생의 맹목적 극단주의 성향에 대한 연구: 일베 현상을 중심으로’를 보면 고교생 683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92.5%가 일베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알게 된 주요 경로로는 ‘친구를 통해서’(53%) 또는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를 통해서’(44%)였다. 일베에 대한 평가도 ‘어느 정도 맞는 내용’이라는 응답이 열 명 중 한 명꼴(10.2%)이었다.
이목소희 서울시교육청 성인권정책전문관은 “과거 친구나 선배로부터 전해 들었던 성 관련 정보를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접하면서 왜곡된 정보가 쌓인다. 여혐 용어들도 무슨 뜻인지 알고 쓰기보다 그 용어를 쓰는 게 일종의 ‘또래문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한국 여성의 전화’ 활동가는 “어른들의 성차별적 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생물학적 성지식이나 성폭력 예방 위주의 성교육이 아닌, 성차에 따른 사회적 역할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젠더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향 황보연 기자 aroma@hani.co.kr▶디스팩트 시즌3 방송 듣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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