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종합병원] 여자의 가슴앓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유방촬영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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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진단과 검사 과정. 자료 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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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만원짜리 정밀검사에서
다행히 ‘안도의 한숨’
4년뒤 또다시 의심 판정
이번엔 암세포 나왔지만 담담했다 유방조직 떼내고 보형물 삽입
상실감이나 충격을 줄였다
인생 밑바닥 갔다온 기분이긴 하지만
5년 생존율 91.5%, 10년은 85.4%
충분히 이겨낼수 있는 병이기에… 이는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여성 2000명이 10년 동안 유방촬영검사를 받으면 1명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해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0명 가운데 10명은 유방암이 없는데도 유방암 의심 판정을 받은 뒤 이후 추가 검사에서도 유방암이 있는 것으로 나와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 2000명의 10%인 200명은 유방촬영검사에서 유방암 의심 판정을 받은 뒤, 이후 추가 검사에서 암이 아니라고 밝혀지기까지 검사비를 들인 것은 물론 암이라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너무 걱정 말라고 설명을 했지만, 이씨는 암이라는 불안감에 그날 밤을 거의 새웠다고 나중에 고백했습니다. 이씨는 결국 며칠 뒤 한 종합병원을 찾아 암세포인지 확진하는 맘모톰 검사를 받았고, 일주일쯤 지나 암이 아닌 것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이제 살았구나’ 하고 안도하더니, 나중에는 괜한 검사를 받은 것에 대해 후회했습니다. 맘모톰 검사에 100만원 넘는 돈을 들여야 했기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4년 전 유방암이 아닌데도 의심 판정으로 시달렸던 이씨는 지난해 11월에는 그리 놀라지도 않았고, 추가 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걱정이 되었는지 며칠 뒤 또다시 저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또 아닌 것으로 나올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검사를 받아야겠죠?” “유방암 의심이라는 결과에서 받을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다면 확진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물론 최종 결정은 이씨가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이씨는 4년 사이에 가까운 친구를 비롯해 직장에서도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어 유방암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며, 맘모톰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검사비는 암이 아니라는 안도를 위한 비용으로 여기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검사 결과에서 이번에는 정말 암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4년 전에 겪었던 ‘가짜 유방암’에 놀란 탓인지, 정작 유방암 판정을 받았는데 그리 겁나지 않았어요. 주변의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 등을 받고 회사도 잘 다니고 있어 크게 겁이 나지는 않네요”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유방암의 경우 유방이나 겨드랑이에서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가 함몰되거나,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으로 발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씨처럼 유방암 검진에서 찾습니다. 이씨는 이후 몇 가지 검사를 더 한 결과 유방암 1기로 진단됐고, 의사는 수술을 권했습니다. 국립암센터와 중앙암등록본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유방암의 경우 진단 뒤 5년 이상 살 가능성이 91.5%에 이를 정도이고, 10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 역시 85.4%나 돼 생존율이 매우 높은 암입니다. 게다가 유방암 1기는 5년 이상 생존율이 98%에 이릅니다. 폐암이나 췌장암의 경우 진단 및 치료 뒤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각각 23.5%, 9.4%밖에 되지 않는 것에 견줘보면 유방암의 생존율은 엄청나게 높은 셈입니다. 다만 이씨의 경우 암세포가 확인된 암 덩어리가 크지 않았지만, 암이 의심되는 매우 작은 혹이 몇 개 더 있어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칫 한쪽 유방 전체가 수술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씨는 인터넷 등에서 암세포가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글을 보고 몇달 관찰해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인 앤절리나 졸리 사례를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씨는 “예방을 위해 수술까지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미 발견된 유방암에 대해 치료는 하고 봐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유전적으로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던 앤절리나 졸리는 2013년 5월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을 절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유방 절제술에 관심을 가졌는데, 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모든 여성이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앤절리나 졸리는 유전자 이상으로 유방암 발생 위험이 60% 이상으로 아주 높아서 수술을 고려할 수 있었으나, 단순히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고 해서 유방을 절제하는 것은 과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의 경우 항암제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하거나, 수술 뒤 항암제 치료를 받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또 유방 조직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이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씨는 유방 조직이 남아 있으면 유방암 검진도 받아야 하고, 유방암이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쪽 유방 전체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로 결정했습니다.
흔히 걸리거나 평소 궁금했던 질환을 가리지 않고 다뤄 보자는 의미에서 ‘종합병원’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과정을 밀착취재하고 환자들이 느꼈던 아픔에도 귀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격주마다 2개면에 걸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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