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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02 10:06 수정 : 2016.12.02 10:22

[김양중 종합병원] 위식도 역류질환

“커피, 야식, 술만 줄여도 증상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저녁에 과식하는 등 조금만 방심해도 재발하기 때문에, 평생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라는 뜻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김아무개(36)씨는 지난해 1월 위식도 역류질환을 진단받았습니다. 이 질환에 걸리면 주로 밤에 잘 때 위장에서 신물이 식도나 목구멍까지 넘어오면서 목구멍 등에서 통증이나 이물감 등이 나타납니다. 신물로 느껴지는 이유는 위장에서 분비되는 위산은 강한 산성을 지니기 때문인데요. 위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들은 이 위산을 버틸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지만, 식도나 목구멍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식도 등에서 통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식도는 목구멍에서 위장을 연결하는 소화기관으로 가슴 부위에 있기 때문에 이 부위에서 통증이 생기면 심장 또는 폐에 질환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가슴통증과 구별하지 못해 심장질환 등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심장이나 폐의 질환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값비싼 검사를 다 한 뒤 아무런 이상을 발견 못해 위식도 역류질환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목구멍에서 통증 등이 나타나면 감기 등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서정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쓰림과 역류 증상인데, 가슴쓰림이란 가슴뼈 뒤쪽이 타는 듯한 느낌으로 환자들은 ‘뜨겁다’, ‘쓰리다’, ‘화끈거린다’, ‘더부룩하다’ 등으로 표현한다”며 “또 역류 증상은 위산이나 위로 들어간 내용물이 목구멍 쪽으로 올라오는 것으로 주로 ‘신물이나 쓴물이 올라온다’고 말하지만, 종종 만성기침, 목의 이물감, 쉰 목소리, 기관지 천식 또는 후두염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가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을 처음 경험한 것은 2014년 연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목에 먼지 같은 것이 잔뜩 쌓인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졌고, 평소보다 트림이 잦았습니다. 또 목이 자주 잠기고 목소리가 자주 쉬는 증상도 생겼습니다. 김씨는 “처음에는 목 감기라 생각하고 이비인후과를 찾아 감기약을 처방받았는데 일주일을 넘게 먹어도 낫지가 않았다. 심지어 잔기침도 잦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새벽에는 마른기침이 심해져 잠을 깨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감기가 아닌 천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씨는 그해 5월에 출산한 딸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는데요. 김씨는 “잠든 아이가 깰까봐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침을 참느라 눈물을 흘리는 일도 많았다”며 그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목의 이물감, 잦은 기침, 쉰 목소리 등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을 겪는 한 30대 여성이 해당 전문의에게 증상이 생기는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제공
감기약을 먹어도 기침이 가라앉지 않는데다가 마른 기침까지 하니 김씨는 단순 감기는 아니라고 여겨 며칠 뒤인 올해 1월 초 집 주변 병원의 내과를 찾았습니다. 혹시 천식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의사를 만났는데요. 진찰을 한 의사는 김씨에게 위식도 역류질환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아이를 출산한 뒤 출산 및 육아휴직으로 쉬다가 복직하면서 내시경검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게 나왔다”며 “위식도 역류질환은 생각지도 않아서 매우 뜻밖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김씨에게 “위내시경 검사로 발견되지 않는 위식도 역류질환도 있다. 진단을 위한 검사 등이 복잡하니 우선 위산분비억제제를 2주 동안 먹어보고 증상의 변화가 있는지 판단해 보자”고 말했습니다. 위산분비를 줄이는 약이 효과가 있으면 위식도 역류질환이라는 진단이 맞을 것이고 효과가 없으면 다른 질환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 위식도 역류질환의 경우 위내시경 검사에서 발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내시경 검사를 해도 위식도 역류질환을 가진 환자 10명 가운데 4명만 식도에 염증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며 “나머지 6명은 위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아 위식도 역류질환의 증상을 보고 진단해 치료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평소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내시경 검사에서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인한 식도 점막 변화 등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인 경우 보통 위산의 분비를 막는 위산분비억제제나 위산을 중화시키는 약을 쓰며, 1~2주 정도 치료하면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장이나 식도에 염증이나 암 등과 같은 이상이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는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하지만 위도 식도 사이에 생기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내시경 검사에서도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다 더 많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제공
김씨는 확실한 진단이 나오기 전에 약부터 먹는 것이 부담스럽긴 했습니다. 하지만 새벽에도 기침이 계속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일단 약을 먹기로 했습니다. 김씨는 “매일 아침 공복에 약을 먹었는데, 사실 일주일 동안 먹어도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다”며 “일주일쯤 지나자 목의 이물감이 조금 덜해지는 느낌을 들었고 새벽 기침도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주 동안 약을 먹고 기침이나 목의 이물감 등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더 이상 약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김씨는 스스로 위식도 역류질환에 대하여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생활습관이 증상의 개선이나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질환은 위와 식도 사이에 위치하면서 위 안의 내용물이 식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항문처럼 조여 주는 근육의 힘이 약해져 발생합니다. 이 근육 역시 괄약근이라 부르는데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에만 열립니다. 홍성수(소화기내과 전문의) 비에비스 나무병원장은 “위와 식도 사이에 있으면서 구멍을 닫고 여는 괄약근은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식, 알코올, 흡연, 커피, 탄산음료 등을 많이 먹으면 그 힘이 약해져 위식도 역류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음식들과 함께 운동량이 적거나 복부비만 등 비만으로 위장 주변에 지방이 차면서 위를 압박할 수 있는 상황도 위식도 역류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김씨 역시 생각해 보니 처음 증상이 나타난 것도 이런 음식들과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아이를 출산한 뒤 6개월만에 복직하면서 처음에는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릴 수 없다는 생각에 상실감이 컸다. 하지만 곧 더 큰 해방감이 찾아왔는데, 임신 기간부터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억지로 참아야 했던 커피, 술, 매운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가 복직하자마자 연말연시가 시작돼 술자리가 많았고, 아이가 밤에 자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퇴근한 남편과 함께 치킨이나 보쌈을 시켜 놓고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생긴 뒤로 약뿐만 아니라 이런 생활 습관을 개선한 것도 증상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김씨는 판단했습니다. 김씨는 “우선 커피를 줄이고 야식은 끊었으며, 술자리도 되도록 피했다. 실내에서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운동도 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몸무게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기침이나 목구멍의 이물감 등도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2년전 목 통증·이물감 나타난 30대
목 쉬고 잔기침에 처음엔 감기 오해
위산 분비억제약 2주 먹은뒤 호전
“알고보니 잦은 야식이 원인이었죠”
이후 술·커피 등 줄이고 운동까지
생활습관 개선하자 증상 싹 사라져
한때 고지방식 따라하다 또 발병
“재발 빈도 높다니 평생 관리해야죠”

이렇게 거의 1년 반 넘게 김씨는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했는데요. 지난 10월 들어 다시 증상이 생겼습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재발이 잘 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된 환자 10명 가운데 6~8명 가량이 다시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입니다. 김씨는 재발의 이유로 최근 고지방식 다이어트를 꼽았습니다. 그는 “최근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에 남편이 이를 실천한다며 저녁에 삼겹살이나 새우버터구이, 오리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먹는 횟수를 늘리면서 같이 먹었다. 게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집에서 일찍 자게 됐는데, 기름진 음식을 거하게 먹자마자 아이와 함께 눕는 일이 많아져 다시 목이 답답하고 새벽에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잘 관리하다가 고지방식 다이어트가 다시 증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범진 교수는 “약물 요법이 위식도 역류질환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위식도 역류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식도가 좁아지는 증상이나 식도 출혈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약을 계속 먹어야 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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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식도 역류질환을 계속 방치하면 식도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위산이 식도 쪽으로 자꾸 넘어오면서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에서 식도 조직이 위 조직처럼 변할 수 있는데요. 이를 ‘바렛 식도’라 부르는데, 이 상태에서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위식도 역류질환의 경우 생활습관 교정 등으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약물치료로도 이를 다스리지 못하면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위식도 역류질환에 걸린 사람들의 비율이 2배 이상 높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50년 전부터 위식도 역류질환을 수술로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박중민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오랜 기간의 약물치료로도 위식도 역류질환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수술이 또 다른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20여년 전부터는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중민 교수팀이 2014년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82명(남 34명, 여 48명)을 분석한 결과 10명 가운데 9명 꼴인 92%가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약물치료나 수술보다는 생활습관 교정으로 증상을 없애는 것이 모두가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김씨는 2014년 연말에 기침과 목구멍의 이물감 등으로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곧바로 고지방식을 멈췄고, 저녁을 먹고 난 뒤에는 최소한 3시간 이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와 활동적인 놀이를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물론 저녁 술자리도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저녁 식사량도 다시 줄였다”며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생활습관 교정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약을 먹지 않고도 증상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한번 느슨해진 괄약근이 다시 조이는 힘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재발이 잦은 질환입니다. 약과 수술 치료를 피하려면 증상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을 평생 교정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물론 술과 고지방식 등을 피하고 운동도 하면 건강도 좋아질 것입니다. 김씨는 “나만의 노력이 아닌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필수인 것 같다”며 “자칫 평생 따를지도 모르는 이 질환과의 기나긴 싸움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이겨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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