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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29 21:32 수정 : 2017.03.30 14:57

[성형이야기] 자가지방 이식

이집트나 로마 시대부터 성형 수술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자신보다 젊어지거나 예뻐지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얼굴은 나이가 들면서 노화에 의한 변화가 눈에 가장 띄는 부위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더 젊어 보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의사들이 얼굴에 무언가를 넣어서 젊게 보이려는 시도는 19세기 들어오면서 활발해졌습니다. 파라핀, 고무, 라텍스, 액체 실리콘 등 지금은 법적으로는 인체에 사용할 수 없는 물질들을 그 당시에는 버젓이 사용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지방조직을 넣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지방흡입이 발달하면서 지방이식도 시행됐으니 지방이식의 역사는 40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자가지방이식은 노화로 생긴 얼굴이나 손등의 주름을 펴줄 뿐만 아니라 이마, 턱, 코, 관자놀이의 윤곽을 뚜렷하게 하는 데에도 이용됩니다. 또 가슴이나 엉덩이를 크게 보이게 할 때에도 사용합니다.

시술 방법은 간단한 편입니다. 복부나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아닌 ‘캐뉼라’라고 하는 뭉툭한 관으로 신경이나 혈관 손상 없이 지방을 안전하게 채취한 뒤, 지방만 분리해 역시 캐뉼라를 이용해 원하는 부위에 넣어줍니다. 엄밀히 말하면 의사가 이식하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방세포입니다. 이식된 부위에서 지방세포 주변으로 혈관이 들어와 영양공급을 해주면 반영구적으로 만들어진 볼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방이식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입니다. 요즘 간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주름이나 함몰된 부위에 ‘필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필러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제품화되므로 대부분에게는 안전하겠지만, 그래도 필러는 이물질입니다. 자가지방은 자신의 조직인 만큼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부작용이 적은 것입니다. 다른 장점은 지속성입니다. 오래가는 영구필러도 있지만 대부분의 필러는 8개월에서 15개월이 지나면 없어지므로 볼륨을 크게 하는 효과는 떨어집니다. 이에 견줘 자가지방은 살아 있는 지방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잘 정착하면 훨씬 더 오래갑니다.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방이식 초기에 영양공급을 위한 혈관이 지방세포 주위에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때 흡연, 경락 마사지, 무리한 운동에 의한 몸무게 감소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종 지방이식 뒤 남은 지방을 냉동시켰다가 재주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살아서 정착할 가능성도 떨어지고 보관 중에 오염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점차 냉동 지방은 사용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탈무드에 ‘어떤 사람은 젊어도 늙었고 어떤 사람은 늙어도 젊다’는 말이 있습니다. 젊음은 육체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의술의 힘을 살짝 빌려 젊게 보인다면 마음도 더 젊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익준 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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