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4.12 16:00 수정 : 2017.04.12 20:04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김양중 종합병원│심부전증
2년전에 심부전증 진단받은 60대 후반 여성
10여년전 고혈압 진단받았지만 치료는 안해
관절염 등도 없어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겨
경사진 길 올라가다가 숨찬 증상 생겨

대학병원 찾아 심부전증 진단 뒤에는
혈압약도 먹고 걷기, 금연, 금주도 실천해
증상 없어지자 다시 음식조절과 금주는 실패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처음에는 밭으로 일하러 다소 경사진 곳을 올라가는데 숨이 차서 허파에 심각한 병이 생겼는지 알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비만에 고혈압까지 앓고 있어서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전남에 사는 60대 후반 여성인 이아무개씨는 2년전 쯤 심부전증을 진단받았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농촌에 살았고 이후로도 농사일을 계속했으며, 평소 아픈 곳이라고는 없었기에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배가 나오는 등 다소 몸무게가 늘었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50대 중반에 남편과 사별한 그는 그때부터 담배를 피우게 됐고, 술도 곧잘 마셨습니다. 이씨는 “큰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사는데, 무슨 낙이 있겠느냐”며 “농사일이 덜 바쁠 때에는 동네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줌마들과 술도 마시면서 호기심에 담배도 피웠는데 습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10여년 전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하는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며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거나 병원을 찾을 것을 권유받았습니다. 당뇨 등 다른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결핵 등을 알아보는 가슴 방사선 촬영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는 감기 등으로 의원을 찾을 때 혈압을 재보기는 했지만,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주변에서 고혈압 약을 먹는 이들이 종종 있었고, 아들도 혈압약을 먹으라고 했다”며 “하지만 혈압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는다는 말에 아예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60대에 접어들면서 그는 몸무게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도 배가 나오는 등 정상 몸무게는 아니었지만,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에도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과거에 비해 더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자꾸 몸무게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과거보다 농사일도 적게 하는데다가 몸의 기능 유지를 위해 쓰는 에너지인 기초대사량도 떨어졌는데, 젊었을 때처럼 먹었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가 쌓이면서 몸무게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주변 동년배에 견줘 무릎관절염이나 신경통 등 고된 농사일로 오는 통증도 없었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함께 일하는 다른 아주머니들은 관절염 등으로 벌써 오래전부터 약을 먹고 있다”며 “근육이나 뼈에서 오는 통증 등은 없어서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쯤 아침에 밭으로 일하러 가는 도중 숨이 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밭이 산등성이에 있어 다소 경사진 곳을 10분가량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여느 때와 다르게 숨이 찼습니다. 이씨는 “전날에도 밭일을 하는 등 다소 피곤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날 아침에도 다른 날과 달리 피로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심부전증 초기 증상이 운동을 하면 숨이 차는 등 호흡곤란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입니다. 최재혁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인데, 처음에는 운동할 때 나타나지만 점차 진행되면 밤에 자다가 갑자기 숨이 차서 잠을 깨기도 한다”며 “말기로 악화되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숨이 가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부전증의 또 다른 증상은 두통이 있거나 불면증 등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며, 온몸이 붓고 심한 경우 복수가 차기도 합니다. 심장질환으로 악화되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하며, 실신을 하기도 합니다. 이씨의 경우 밭으로 가는 길에 다소 숨이 차는 것 이외에는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밭에서 일할 때에나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 뒤로는 밭에 갈 때 중간에 한번씩 쉬고 올라갔다”며 “나이가 들어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경사진 길을 걸을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 지 6개월쯤 됐을 때, 그는 농사일을 마치고 보니 발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피로감도 점차 심해졌습니다. 이씨는 아들에게 증상을 얘기했고, 함께 시내에 있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청진기 등으로 진찰을 하고, 심전도 검사를 하더니 심부전증이 의심된다며, 종합병원을 찾을 것을 권장했습니다. 이때 이씨의 아들이 전화를 해와 어떤 병원을 가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마침 차로 30분쯤 거리에 대학병원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찾도록 권했습니다. 결국 이씨와 그의 아들은 한 대학병원을 찾았고 이곳에서 진찰은 물론 방사선 촬영, 초음파 검사 등 여러 검사를 받은 끝에 심부전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이씨는 “고혈압, 비만이 있어 심장에 부담을 준 결과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당장 혈압약을 먹고, 술과 담배도 끊으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 고혈압이나 여러 심장질환, 당뇨, 만성 신부전증이나 말기 신장질환 등이 원인일 수 있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60대 이후에 폐경 등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부족에 따라 심장 및 혈관 보호 작용이 감소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심부전증을 일으키는 심장질환으로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관상동맥질환을 비롯해, 심장 근육에 생긴 염증 등이 있고, 그밖의 질환으로는 갑상선질환 등도 심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흡연이나 과음, 비만 등과 같이 좋지 않은 생활습관도 심부전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병원 의사는 그동안 왜 고혈압 치료를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이씨는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고혈압 치료를 하지 않아 숨이 차고 몸이 붓는 심부전증이 생겼다며 앞으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장 기능이 멈출 수 있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겁을 줬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오성진 교수는 “심부전증을 방치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돌연사이며, 또 심부전증이 심해짐에 따라 온몸이 붓거나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심장에서 피를 제대로 짜내주지 못해 어지럼증이 나타나거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씨는 고혈압에 대해 혈압을 낮추는 약과 심장 기능을 좋게 한다는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고혈압이 있으면 심부전증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생활습관에서 고쳐야 할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습니다. 당장 담배를 끊고 술도 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걷기 등과 같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하고, 덜 짜게 먹으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이씨는 “‘농촌에서 웬만하면 다 걸어 다니는데, 무슨 걷기 운동을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말에 매일 일부러라도 30분 이상 걷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음식 싱겁게 먹기가 실천 항목에 있었지만 이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평생 먹어온 식습관을 금방 바꿀 수 있느냐”며 “김치 등을 물에 씻어서 먹는 방법도 있다고 아들이 말했는데도 싱거워서 먹지 못하겠더라”고 말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 걷기 운동을 하자 몸무게는 서너달이 지난 뒤 5㎏이 빠졌습니다. 혈압약과 심장약도 처음에는 대학병원을 3번 정도 찾아 먹다가, 가까운 병원에서 같은 약들을 처방받아 꾸준히 먹었습니다. 담배도 곧바로 끊었습니다. 이씨는 “몸무게가 줄어드니까 발목 등 몸이 붓는 증상이 없어진 것 같다”며 “경사진 길을 올라가도 숨이 차는 증상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혈압약도 먹어서 그는 심부전증이 더 이상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연말 ‘비만의 역설’ 기사를 쓰면서 문득 이씨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비만의 역설은 심장질환에 이미 걸렸다면 비만한 사람이 정상 몸무게인 경우보다 사망률이 오히려 더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말합니다. 노정현 인제대 일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대한비만학회지> 2016년 12월호에 실은 논문을 보면, 정상 몸무게인 심부전증 환자에 견줘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심부전증 환자는 심장 및 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각각 19%, 40% 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체질량지수가 35~40인 고도 비만의 경우에는 심장 및 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다시 높아졌기 때문에, 적당히 살이 찐 것이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참고로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25 이상이면 비만이며 30 이상이면 고도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씨가 몸무게를 너무 많이 줄인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이씨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숨이 차는 증상이 거의 없어지고 혈압도 관리되면서 음식을 원래대로 먹고, 술도 예전처럼 마시게 되면서 몸무게를 거의 회복했다고 했습니다. 심부전증 환자는 과체중이거나 다소 비만이라도 몸무게를 줄일 필요는 없다는 말을 전해줘야 하는지 고민이 됐지만 일단은 알려줬습니다. 혈압을 낮추는 약은 잘 먹느냐는 질문에 이씨 아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는데 항상 약이 남는 것을 보면 약을 빼먹고 드시는 것 같다”며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를 비롯해 심부전증 등 생활습관병은 말 그대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씨처럼 증상이 심해졌을 때에는 잘 실천하다가도 증상이 다소 완화되거나 오래 앓다 보면 방심하기 쉽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환자가 지속적으로 한 의사로부터 약 등과 같은 처방을 받으면서 동시에 생활습관병 관리에 필요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환자가 얼마나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등을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김양중 종합병원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