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종합병원] 뇌경색
“뇌경색으로 병원에 이송된 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입원실을 둘러보니 다 60~70대 노인 환자들이었습니다. 저처럼 젊은 사람이 뇌졸중이라고 하니, 어르신 환자들이 ‘건강관리 잘하라’고 얘기해 창피해서 혼났습니다.” 40대 후반 남성인 김아무개씨는 3년 전에 뇌경색이 발생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습니다. 40대 중반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뇌경색은 70대 환자가 가장 많고, 50대 이상이 전체의 90% 이상이기 때문에 김씨처럼 나름 젊은 환자는 많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40대 환자 수는 1만6600여명으로, 전체 환자의 3.8%입니다. 30대 이하 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 합쳐도 0.3% 이하입니다. 김씨가 앓은 뇌경색은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뇌 조직이 죽는 질환으로, 신체마비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의식이 없어져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늦게 발견되면 사망하기도 하지만 깨어난 뒤에도 신체마비나 말을 못하거나 다른 사람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갖가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김씨는 “병원에 이송돼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의식이 없어서 알 수가 없었는데, 의식을 차리고 입원실로 옮기고 나니 뇌경색 환자 중에서 가장 젊은 환자였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뇌경색에 걸릴 당시 약 반년 전에 가게를 새로 열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것은 예사였고, 주말 내내 일을 하거나 이틀 가운데 하루는 출근하던 때였습니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날에는 잠이 들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해소한다며 평소 좋아했던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됐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워낙 술을 좋아했던 그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일이 끝나도 술집을 찾았고, 앉은자리에서 소주 2~3병을 마시곤 했습니다. 뇌경색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기 전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습니다. 그는 밤늦게 자기 때문에 일어나는 시간과 출근이 다소 늦는데, 아무리 늦어도 아침 8시 조금 넘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뇌경색이 생긴 그날은 그 시간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깨우다가 그가 의식이 없는 상태임을 발견했습니다. 아내는 곧바로 119를 불러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신체검진과 컴퓨터단층촬영검사(CT·시티) 등과 같은 영상검사를 받은 뒤 뇌경색 의심 판정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는 막힌 뇌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마비 증상으로 오른쪽 팔이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오른쪽 신체에도 감각은 살아 있어서 만지면 이를 알 수 있었고, 통증도 느껴졌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신체마비 증상뿐만 아니라 언어장애도 나타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씨는 “의사 선생님이 ‘막힌 뇌혈관이 그리 큰 혈관이 아니고, 병원을 찾은 시간도 빨라 후유증이 많이 남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며 “‘재활치료를 잘하면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다’고 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뇌경색은 막힌 혈관을 뚫어 혈액을 순환하도록 하는 치료를 빨리 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이후 신체마비나 언어장애 등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황교준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경색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는 3시간 안에만 가능하다”며 “혈관을 다시 개통하는 치료는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환자는 치료 뒤 뇌출혈이 생기기도 해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신속한 대응 뒤 치료가 잘된 편에 속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과로와 과음운동은 질색하던 40대 남
결국 술자리 뒤 의식불명 빠져
응급 이송돼 뇌혈관 뚫는 치료 국내 40대 이하 환자는 4%뿐
혼수상태서 깨니 어르신 환자들이
“건강관리 잘하라” 따끔한 충고 마비, 언어장애 후유증 이겨내고
1년만에 일할 수 있을 만큼 회복
“재발 땐 진짜 위험할 수 있단 말에
나쁜 습관은 딱 끊었습니다” 뇌경색은 밤에 잠이 든 뒤 새벽 2~3시쯤 혈압이 가장 낮아졌을 때 주로 생기지만, 아침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밤사이 혈압이 낮아지면서 혈액순환이 더뎌지고 피가 굳은 혈전이 생길 수 있으며,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이를 알아차릴 수 없을뿐더러 같이 사는 가족들도 아침에 환자가 깨어나지 않은 뒤에야 환자 상태를 알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병원에 옮겨도 뇌경색 발생 시점부터 상당 시간이 흐른 뒤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김씨는 새벽까지 많은 술을 마셨기에 과음이 뇌경색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새벽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뇌경색 발생 뒤 아내가 발견하기까지 오히려 시간이 덜 걸린 셈입니다. 그는 뇌혈관을 다시 뚫는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급격히 호전됐습니다. 오른쪽 신체마비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두 달가량 지나자 혼자 걸을 만큼 회복됐습니다. 오른쪽 손으로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며, 대학병원 재활치료센터를 찾아 언어장애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재활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돼 뇌경색 발생 뒤 1년 뒤쯤에는 말이 다소 어눌하고 걷는 게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다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습니다. 김씨는 해당하지 않았지만, 뇌경색에 걸린 일부 환자들은 뇌경색 발생 전에 ‘일과성 허혈발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보통 뇌경색 환자 3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이를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 이는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혀 언어장애나 신체마비 등과 같은 뇌경색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주요 증상은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이 이상할 수 있으며, 말을 할 때 잘하지 못하게 되거나,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어지러운 것입니다. 사물이 둘로 보이는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대체로 반신마비와 같은 증상을 많이 겪고, 언어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이용석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국내 11개 대학병원 뇌졸중센터와 함께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가운데 30%는 뇌경색 초기 단계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뇌경색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조 증상을 보인다는 뜻입니다. 일과성 허혈발작을 겪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혈관을 막는 혈전을 예방하는 치료와 함께 고혈압·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관리한 결과, 일과성 허혈발작 뒤 3개월 안에 뇌경색이 생길 위험이 5%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과성 허혈발작이 생긴 여부와 관계없이 평소 뇌경색의 발병 위험요인을 제대로 관리하면 뇌경색은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김씨 역시 뇌경색으로 입원했을 때 여러 검사에서 뇌경색 발병 위험요인을 몇 가지 갖고 있었습니다. 복부 비만과 3~4년 전에 진단받은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위험요인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평소 운동이라고는 질색으로 싫어하고 일도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신체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고 있었지만, 술은 거의 매일 과음을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가까운 친척 중에는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을 앓은 사람이 없었고, 그 역시 뇌졸중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 가운데 하나인 심장질환은 앓고 있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의사 선생님이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또다시 뇌경색이 재발할 수 있으며, 그때는 증상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해 재활치료 기간과 퇴원 뒤에는 적극적으로 관리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그는 재활치료 기간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으면서 몸무게가 1년 새 거의 10㎏이 빠졌습니다.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 기준 28에 가까웠던 그는 1년 만에 24까지 내려가면서 비만에서 탈출했습니다. 저는 당시 우연한 기회에 전화 연결이 돼 몸무게 감량 얘기를 듣고, 그에게 ‘비만의 역설’이 있다며 과도하게 몸무게를 줄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비만의 역설은 비만이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이미 심장 및 혈관질환에 걸린 사람은 과체중이거나 오히려 약간 비만할수록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그는 “일부러 몸무게를 줄인 것이 아니라 술만 먹지 않아도 빠지더라”고 말했습니다. 술을 어쩔 수 없이 마시지 못하게 된 덕분에 원래 몸무게를 찾아간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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