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종합병원] 고령 임신
“결혼이 늦었다 싶어 임신과 출산을 서둘렀습니다. 늦게 첫아이를 낳으면 둘째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말에 마음 급하기도 했는데 둘째 임신 소식에 초조한 마음이 확 가셨죠.”
지난해 11월 둘째 임신 소식을 확인한 김아무개(37)씨와 그의 남편은 마치 미뤄둔 숙제를 마친 듯한 해방감마저 느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33살인 2013년 결혼을 한 뒤 임신을 서둘러 곧 첫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는 무남독녀로 자라 형제 또는 자매가 많은 집이 부러워 결혼하면 아이를 둘은 낳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3살이 돼 어느 정도 자랐다 싶어 둘째를 임신하기로 했습니다. 출산 계획을 세우자마자 임신한 첫아이와는 달리, 둘째는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요즘에는 둘째 불임도 많다는 주변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며 “결혼하자마자 첫아이를 출산했지만 둘째 불임으로 인공임신시술을 시도한 친한 친구의 사연도 마음에 걸려 초조하기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가운데 다시 임신이 되지 않거나 임신이 됐지만 출산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유산이 되는 경우가 전체의 9.7%라는 국내의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의 나이는 임신과 관련이 많아, 30대 초반이 되면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며 “나이가 들면 세포의 분화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유전자 이상을 가진 배아가 생성되면서 자연유산되는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쁨도 잠시…근심거리가 가득
산모 질병, 조산 등 위험 높고
심한 기침 탓 유산했다는 말까지… 두번째 임신 수월한 편이라는데
첫아이 육아, 집안일, 직장생활로
산전 관리나 태교는 언감생심
귀여운 첫째 애교가 그나마 위로 첫아이 태열 등 피부질환 경험에
유해물질·미세먼지 노출 피해
화장품·치약까지 바꾸며 건강 관리
아이와 만남, 드디어 한달 앞으로 김씨는 둘째 임신 기간에 첫째와는 달리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는 “약 한번 먹지 않고 임신 기간을 보냈던 첫째 때와 달리 둘째 임신은 초기부터 잔병치레로 고생했다”며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하자마자 감기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해열제도 먹지 않았는데, 체온이 38도에 가까워지자 걱정이 되기 시작해 결국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는 임신부도 먹을 수 있고, 열이 37.5도를 넘으면 약을 먹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해열제만으로는 열이 내리지 않아 결국 수액 주사까지 추가로 맞았고 다행히 열이 내려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열이 내렸지만 기침이 계속되는 것도 그의 걱정거리였습니다. 배가 당길 만큼 기침은 계속됐고, 밤에 잠을 자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는 “임신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가 기침을 심하게 하고 유산을 했다는 글을 보고 놀라 또 병원을 찾았다”며 “다행히 기침 때문에 유산을 할 위험은 거의 없으니 안심하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기침이 계속되는 것은 임신부에게 무리가 되니, 필요하다면 임신부도 먹을 수 있는 기침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습니다. 감기 이외에 김씨는 불면증으로도 고생했습니다. 다리가 저리고 불편한 증상이 계속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잠에 들더라도 자주 잠에서 깼습니다. 담당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철분제를 먹어보는 것을 권했습니다. 철분이 부족한 임신부들이 자주 겪는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보통 철분제는 임신 16주부터 먹도록 권장되지만, 입덧을 하지 않고 빈혈이 의심되는 경우나 쌍둥이 등 다태아를 임신한 임신부는 이보다 일찍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철분제를 먹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리가 불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김영주 교수는 “임신 중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나는 비율은 연구 결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3명 가운데 1명꼴로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임신 후반기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출산 및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한 하지불안증후군은 보고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정맥 주사하는 철분제도 나와,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감기와 불면증으로 고생한 그는 임신 초기를 무사히 넘기고 임신 중기가 돼 기형아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임신 10~14주에는 태아 염색체 이상과 선천성 심장기형 위험에 대해 초음파 검사로 태아 목덜미 두께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그의 경우에는 정상 범위에 해당됐습니다. 임신 16주에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과 신경관 결손 위험을 선별하는 혈액 검사를 받았고, 이 검사 역시 정상 범위였습니다. 그는 “지난해 35살 이상 고령 임신부였던 친한 친구가 기형아 선별하는 혈액 검사에서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와 양수 검사를 권장받았다”며 “친구가 결국 양수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태아의 기형을 의심하고 낙태를 고민하는 등 나쁜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많이 울었다고 말해 마음이 참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주 교수는 “35살 이상 고령 산모들은 양수 검사도 많이 받는 편인데, 기형아 검사에서 수치가 정상이고 다른 이상 소견이 없다면 나이가 많다고 굳이 양수 검사 등을 추가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신부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발병 위험이 있는데, 고령 임신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김의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당뇨나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임신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산모가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높아진다”며 “고령 임신으로 임신성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등을 겪을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신 전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김씨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는 없었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임신 24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임신하고 나서 딸기, 수박, 포도와 같이 당도가 높은 과일을 많이 먹어 임신성 당뇨를 걱정했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어 활동 범위가 넓고 몸무게 증가도 정상 범위에 있어 혈당 수치는 정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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