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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2 09:46 수정 : 2017.06.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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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 종합병원] 고령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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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늦었다 싶어 임신과 출산을 서둘렀습니다. 늦게 첫아이를 낳으면 둘째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말에 마음 급하기도 했는데 둘째 임신 소식에 초조한 마음이 확 가셨죠.”

지난해 11월 둘째 임신 소식을 확인한 김아무개(37)씨와 그의 남편은 마치 미뤄둔 숙제를 마친 듯한 해방감마저 느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33살인 2013년 결혼을 한 뒤 임신을 서둘러 곧 첫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는 무남독녀로 자라 형제 또는 자매가 많은 집이 부러워 결혼하면 아이를 둘은 낳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3살이 돼 어느 정도 자랐다 싶어 둘째를 임신하기로 했습니다. 출산 계획을 세우자마자 임신한 첫아이와는 달리, 둘째는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요즘에는 둘째 불임도 많다는 주변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며 “결혼하자마자 첫아이를 출산했지만 둘째 불임으로 인공임신시술을 시도한 친한 친구의 사연도 마음에 걸려 초조하기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가운데 다시 임신이 되지 않거나 임신이 됐지만 출산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유산이 되는 경우가 전체의 9.7%라는 국내의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의 나이는 임신과 관련이 많아, 30대 초반이 되면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며 “나이가 들면 세포의 분화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유전자 이상을 가진 배아가 생성되면서 자연유산되는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둘째 임신 계획을 하고 4개월 만에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 기쁨도 잠시,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첫아이를 낳은 34살과 달리 둘째는 35살이 넘은 고령 임신부에 해당됐기 때문입니다. 호정규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산부인과학회의 기준을 보면 출산 경험과 무관하게 분만 예정일이 35살 이상인 경우를 고령 임신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고령 임신은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 같은 질병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산 위험도 크다는데, 직장을 다니는 상태로 첫째 육아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건강하게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더 큰 근심거리는 뱃속의 아이였습니다. 35살 이상부터 임신을 하면 태아에게 다운증후군과 같은 선천성 기형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임신을 준비하며 2~3개월 전부터 엽산을 꾸준히 복용한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엽산은 태아 신경관 형성에 중요한 영양소로 임신 초기나 이전부터 먹도록 권장됩니다. 김영주 교수는 “임신부에게 엽산제 복용을 권하는 것은 평소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천연 엽산의 몸속 흡수율이 합성 엽산에 견줘 60% 정도로 낮기 때문”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임신부 10명 가운데 1~2명가량은 엽산 흡수를 방해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이들에게는 흡수율이 높은 합성 엽산의 복용이 좀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신 계획 4개월 만에 찾아온 둘째
기쁨도 잠시…근심거리가 가득
산모 질병, 조산 등 위험 높고
심한 기침 탓 유산했다는 말까지…

두번째 임신 수월한 편이라는데
첫아이 육아, 집안일, 직장생활로
산전 관리나 태교는 언감생심
귀여운 첫째 애교가 그나마 위로

첫아이 태열 등 피부질환 경험에
유해물질·미세먼지 노출 피해

화장품·치약까지 바꾸며 건강 관리
아이와 만남, 드디어 한달 앞으로

김씨는 둘째 임신 기간에 첫째와는 달리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는 “약 한번 먹지 않고 임신 기간을 보냈던 첫째 때와 달리 둘째 임신은 초기부터 잔병치레로 고생했다”며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하자마자 감기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해열제도 먹지 않았는데, 체온이 38도에 가까워지자 걱정이 되기 시작해 결국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는 임신부도 먹을 수 있고, 열이 37.5도를 넘으면 약을 먹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해열제만으로는 열이 내리지 않아 결국 수액 주사까지 추가로 맞았고 다행히 열이 내려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열이 내렸지만 기침이 계속되는 것도 그의 걱정거리였습니다. 배가 당길 만큼 기침은 계속됐고, 밤에 잠을 자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는 “임신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가 기침을 심하게 하고 유산을 했다는 글을 보고 놀라 또 병원을 찾았다”며 “다행히 기침 때문에 유산을 할 위험은 거의 없으니 안심하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기침이 계속되는 것은 임신부에게 무리가 되니, 필요하다면 임신부도 먹을 수 있는 기침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습니다.

감기 이외에 김씨는 불면증으로도 고생했습니다. 다리가 저리고 불편한 증상이 계속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잠에 들더라도 자주 잠에서 깼습니다. 담당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철분제를 먹어보는 것을 권했습니다. 철분이 부족한 임신부들이 자주 겪는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보통 철분제는 임신 16주부터 먹도록 권장되지만, 입덧을 하지 않고 빈혈이 의심되는 경우나 쌍둥이 등 다태아를 임신한 임신부는 이보다 일찍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철분제를 먹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리가 불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김영주 교수는 “임신 중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나는 비율은 연구 결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3명 가운데 1명꼴로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임신 후반기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출산 및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한 하지불안증후군은 보고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정맥 주사하는 철분제도 나와,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감기와 불면증으로 고생한 그는 임신 초기를 무사히 넘기고 임신 중기가 돼 기형아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임신 10~14주에는 태아 염색체 이상과 선천성 심장기형 위험에 대해 초음파 검사로 태아 목덜미 두께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그의 경우에는 정상 범위에 해당됐습니다. 임신 16주에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과 신경관 결손 위험을 선별하는 혈액 검사를 받았고, 이 검사 역시 정상 범위였습니다. 그는 “지난해 35살 이상 고령 임신부였던 친한 친구가 기형아 선별하는 혈액 검사에서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와 양수 검사를 권장받았다”며 “친구가 결국 양수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태아의 기형을 의심하고 낙태를 고민하는 등 나쁜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많이 울었다고 말해 마음이 참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주 교수는 “35살 이상 고령 산모들은 양수 검사도 많이 받는 편인데, 기형아 검사에서 수치가 정상이고 다른 이상 소견이 없다면 나이가 많다고 굳이 양수 검사 등을 추가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신부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발병 위험이 있는데, 고령 임신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김의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당뇨나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임신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산모가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높아진다”며 “고령 임신으로 임신성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등을 겪을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신 전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김씨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는 없었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임신 24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임신하고 나서 딸기, 수박, 포도와 같이 당도가 높은 과일을 많이 먹어 임신성 당뇨를 걱정했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어 활동 범위가 넓고 몸무게 증가도 정상 범위에 있어 혈당 수치는 정상이었습니다.

두번째 임신은 이미 경험이 있는데다 보통 첫째보다 수월해 근심·걱정을 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씨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첫째 임신 때와는 달리 첫아이 육아가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그는 “첫아이 때는 임신 기간에 출퇴근길에 늘 편안한 음악을 듣고, 임신 5개월부터 출산까지 꾸준히 임산부 요가를 하는 등 산전 관리를 열심히 했다”며 “하지만 둘째 임신 때에는 직장 일은 물론 집안일, 첫아이 육아까지 겹쳐 운동이나 태교를 시간 내어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첫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자주 웃고, 아이를 챙기느라 편히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움직여 저절로 운동이 됐다는 것이 위안거리였습니다.

그가 첫아이 때보다 더 주의를 기울인 것도 있었는데요. 바로 유해환경 노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것입니다. 첫아이가 태어난 지 한달 만에 태열이 심하게 올라 고생을 했고, 이후에도 겨울철이면 팔다리가 접히는 부분이 건조해지고 가려움을 느껴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돌이켜 보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계속되거나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 사탕이나 젤리 등을 많이 먹으면 가려운 증상이 심해진 것 같아 유해환경 물질에 노출되는 위험을 실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화장품이었습니다. 화장품 종류를 무향 제품이나 유해 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으로 바꾸고 종류도 스킨과 크림 두가지로 줄였습니다. 치약도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트리클로산이 없는 제품으로 바꾸고, 세탁 세제와 주방 세제도 친환경 세제로 바꿨습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도 환기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데에도 역점을 뒀습니다. 그는 “올해는 특히 3, 4월 내내 미세먼지가 ‘나쁨’이어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외출할 때에는 황사마스크를 꼭 착용했습니다. 임신부의 경우 일반인에 견줘 필요로 하는 호흡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외출 뒤에는 반드시 손발을 씻거나 샤워를 했고. 물을 자주 마시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평소 건강하게 지내다가 건강취약계층인 임신부가 된 김씨의 노력을 보니, 사회적 및 물리적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그는 임신 9개월인 지금까지 건강하게 임신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영주 교수는 “고령 산모라고 해도 담당의사의 권유대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산전 진찰을 잘 받으면 임신부와 신생아 모두 건강할 수 있다”며 “고령 임신이라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임신 기간 동안 피로한 활동을 피하고, 적당히 걷고, 술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 충분히 자다 보니 평소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진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는 “이런 건강한 마음으로 남은 임신 기간을 보낸다면 튼튼한 아이를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달 있을 그의 건강한 둘째 출산을 기원합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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