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8.03 15:18 수정 : 2017.08.03 15:22

(※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김양중 종합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운동 중독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막을 수 있는 질병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젊은 시절부터 피운 담배가 폐 건강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많이 늦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시오피디)을 진단받은 이아무개(67)씨는 20대부터 등산을 꾸준히 다녔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회사 산악회에도 가입해 산을 찾았으며, 모임이 없는 날에는 혼자 다닐 정도로 산에 빠져 살았습니다. 30~40대까지만 해도 국립공원에 있는 산을 갈 때 텐트나 식기 등에 대한 규제가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에, 주말이면 온갖 등산 장비를 챙겨 산에서 살다시피 주말을 보냈습니다. 국내에서 주요한 등산 코스로 꼽는 지리산 종주나 설악산, 한라산 등 국내 유명한 산 가운데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등산 외에도 탁구나 배드민턴과 같은 운동도 좋아해 평일이나 날씨가 좋지 않아 산을 가지 못할 때에는 이런 운동도 자주 했습니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보다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체력이나 건강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며 “50대까지는 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 줬기 때문에 술자리에서도 주변 사람들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삼을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 있었는데 바로 흡연이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하루에 한갑씩 40년 넘게 피워온 것입니다. 그는 “젊었을 때에는 담배 피우는 것을 다들 멋으로 여기거나 심지어 ‘남자답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1990년대 중후반쯤 되니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는 등 담배가 각종 질병의 온상이라는 말들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씨 역시 부인 등 가족의 성화로 담배를 끊어 보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금연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담배에 중독된 상태였기 때문에 금연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담배의 해악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일부 해악이 나타난다고 해도 꾸준한 운동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여겼다”며 “직장에서 받는 건강검진에서도 폐를 비롯해 다른 이상이 나온 적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고혈압이나 당뇨에 걸리거나, 심지어 위암 등 암에도 걸렸는데도 그는 아무런 이상이 없게 나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씨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몸에 좋을 리는 없겠지만 예외에 속하는 사람이 있고 나도 운이 좋게 거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등산으로 체력 길러온 60대
원인 모를 기침과 숨 찬 증상
노화 탓이려니 했지만…

감기 걸리며 호흡곤란 겪고서야
병원서 폐건강 잃었다는 진단
주원인은 40년 넘게 피워온 ‘담배’

당장 담배 끊고 폐활량 운동
“더 심한 경우엔 화장실도
못 갈 정도라니 여전히 겁나”

가래가 남들보다 더 많이 생기는 증상 이외에는 별다른 탈이 없었던 그에게 숨이 차는 증상과 이유를 잘 모르는 기침이 찾아온 것은 정년퇴직을 앞둔 60살 무렵이었습니다. 여전히 등산 등과 같은 운동을 즐겼지만, 40~50대에 견줘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숨이 차는 것을 느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변 친구들보다는 산을 더 잘 다녔기 때문입니다. 원인 모를 기침으로 다소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런 증상 역시 병원을 찾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담배를 계속 피웠고 술도 일주일에 2~3번은 마셨습니다. 그는 이미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는 단계였습니다. 한창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질환이 진행되면서 숨이 차고, 만성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며 “숨을 쉴 때 천식같이 ‘쌕쌕’ 소리가 날 수도 있고 가래의 색은 희고 끈적끈적해서 잘 뱉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쯤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 자녀들의 권유로 몇몇 암 검사가 포함된 종합검진을 받게 됐습니다. 위암이나 대장암, 간암 등과 같은 검사에서는 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었으며, 당뇨나 고혈압에 대한 검사에서도 각각 혈당과 혈압이 높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폐기능 검사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의심된다며 병원을 찾아 추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고받았습니다. 이씨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말이 생소하기는 했지만, 당장 암처럼 죽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병원까지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숨차는 증상이나 기침, 가래 등은 다소 심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담배를 끊거나 별도의 치료 역시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을 정도로 크게 고생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습니다. 숨이 차는 증상이 계속 나타나 과거와 같은 높은 산을 오를 수 없었지만 산책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불편이 없었는데, 감기에 걸린 것이 만성폐쇄성폐질환 증상을 크게 악화시킨 것입니다. 윤호일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호흡곤란, 가래 등만 있다가 감기 같은 상기도감염에 걸리게 되면 갑자기 숨이 찬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의 사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숨이 막혀 죽는다는 공포를 그때 처음 겪었고 아내 말에 따르면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며 “아내와 함께 119를 불러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뒤 입원하게 된 그는 흉부 방사선 촬영 검사와 각종 혈액 검사를 받았습니다. 또 호흡하는 통로 즉 기관지 등을 넓힌다는 몇 가지 약을 흡입하거나 먹기도 했습니다.

이틀가량 지나 감기 기운이 다소 잦아들면서 숨차는 정도가 평소처럼 돌아왔을 때에는 다시 폐기능 검사를 받았습니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시티) 검사로 폐 전부를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시티 검사 등 영상 검사에서는 폐의 부피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는 폐기종 소견이 보였습니다. 오랜 기간 폐 조직이 망가지면서 호흡 기능을 하지 못하는 주머니 모양의 폐기종이 생긴 것입니다. 결국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았고, 퇴원 뒤에는 당장 담배부터 끊도록 권고받았습니다. 또 흡입하는 기관지 확장제 등을 처방받았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직업적으로 분진이나 화학 물질에 오랜 기간에 노출되는 경우, 실내외의 대기 오염, 호흡기 감염 등으로 생길 수 있으나, 역시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흡연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나타난 경우에는 이미 폐 조직은 망가져 있으며, 이는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금연이 중요한 이유는 기도가 막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윤호일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렸다고 해도 담배를 끊으면 기도 폐쇄가 진행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고, 폐기능이 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퇴원 뒤 바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는 “호흡곤란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겪은 뒤로는 담배 생각조차 나지 않고 사실 숨차는 증상만으로도 담배 피우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퇴원 뒤에는 흡입하는 기관지 확장제를 꾸준히 처방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관지 확장제는 숨이 차는 증상을 막고 폐기능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에서도 숨이 차지 않도록 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창훈 교수는 “기관지 확장제가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의 중심이 되는데, 약물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흡인제를 쓰는 것이 좋다”며 “환자가 다소 사용하기 쉽지 않은 점이 있어 의료진과 상의해 사용 방법을 잘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의 경우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쉬어야 하며, 화장실을 가거나 청소 등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 심하면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으면서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퇴원 뒤에도 여전히 얕은 산을 오르거나 산책을 하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걷는 운동 등으로 폐활량을 그대로 유지하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는 크게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우선 걷는 운동은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산에서는 숨이 차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지 몰라 사람들이 많은 공원 등에서 걷는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봄철이 되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았고, 걷는 운동을 하는 장소로 이동할 때에도 간접흡연을 겪게 될 때가 많은 것이었습니다.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고령자나 아이들은 물론 평소 만성폐질환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호흡 이상으로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외에서 많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집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며 “담배를 피울 때에는 몰랐는데, 길거리에서 간접흡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폐렴 예방접종도 챙겼습니다. 그는 “사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노인이나 환자들만 받는 것으로 생각해 그동안 맞지 않았다”며 “입원 치료를 받은 뒤로는 폐렴에 대한 공포가 생각나 예방접종을 챙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감기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크게 악화돼 입원까지 하게 된 경험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는 것이 요즘 이씨의 생각입니다. 그런 일이 없어 담배를 더 피우다가는 폐가 더 망가졌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건강 상태를 과신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담배 피운다고 하면 폐암부터 걱정하는데 한편으로는 폐암에 걸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숨을 못 쉬게 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생각까지 해봤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등산 등으로 꾸준히 폐활량 등을 키워 왔기 때문에 흡연으로 망가진 폐가 다른 이들보다 적었을 수 있다는 말에 다소 안심하기도 했지만, 그는 “운동도 여전히 꾸준히 하고 담배도 끊었지만 어느 때 갑자기 폐렴 등이 나타나 호흡곤란 상태로 빠질지 사실 여전히 겁이 난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가 꾸준히 운동하면서 폐활량을 잘 유지해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기를 기원합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김양중 종합병원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