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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31 07:45 수정 : 2017.08.31 08:48

[김양중 종합병원] 손목터널증후군

전업 주부로 살아온 60대
엄지, 검지 손가락 끝 저려오더니
물건 집다가 떨어뜨리기도

혈액순환장애일까, 노화 탓일까
건강기능식품 먹어도 차도 없어
병원 갔더니 손목터널증후군 초기

진통소염제 먹고 보호대 착용
통증 사라졌지만 집안일로 또 악화
결국 손목 인대 자르는 수술받아

한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교수가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제공
“평생 청소, 빨래 등 집안일 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말에 가정부처럼 살았다는 생각으로 서러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20대 중반에 결혼한 뒤 거의 40년 동안 주부로 살아온 김아무개(60)씨는 지난해 봄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른 말로는 ‘수근관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증후군은 손목 부위의 뼈와 인대로 이뤄진 손목터널을 지나는 신경이 여러 원인으로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증상들을 일컫습니다. 해당 신경은 정중신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며, 손바닥의 감각과 손목 및 손의 운동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징적인 증상은 손목 통증과 함께 정중신경이 연결돼 있는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 및 손바닥 부위의 저림 증상이 특히 밤에 심해집니다. 김유환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을 방치하면 점차 신경 압박이 심해지며 엄지 근육의 위축이 발생하면서 손가락의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의 경우에는 6~7년 전쯤에 엄지와 검지손가락 끝이 저리고 종종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이 질환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손가락 끝에서 저린 느낌이 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니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설명해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고혈압이 있었던 그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고혈압의 치명적인 합병증인 뇌졸중, 심장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에 주변에서 권장하는 혈액순환에 좋다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거의 4년 가까이 먹었지만, 증상에 별다른 차도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사이 엄지손가락 등의 힘이 다소 약해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이 들어서 나타나는 노화로 여겼습니다. 그러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바닥에 이상한 감각이 종종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정적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의 집는 힘이 약해져 물건을 한두 번 떨어뜨린 뒤에는 뇌졸중 초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뇌졸중의 초기 증상으로 신체 한쪽의 마비 등이 나타난다는 설명을 의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평소 고혈압약을 처방하는 의사에게 뇌졸중 등에 대한 검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예전 노인들 가운데 당시에는 ‘풍’으로 불렀던 뇌졸중을 앓은 사람들이 손이나 발 등 몸의 기력이 몹시 약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일단 뇌졸중 걱정부터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의 뇌졸중에 대한 걱정을 고혈압 담당 의사에게 털어놨고, 그의 설명을 들은 담당 의사는 증상으로 보아 뇌졸중 초기 증상보다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도록 의뢰했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는 손목을 만져보거나 꺾는 등 몇 가지 신체검사와 함께 손 쪽에 방사선촬영검사를 한 뒤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있는 경우 손목 안에 만들어진 터널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곳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정중신경이 관할하는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납니다. 또 손목을 안쪽으로 평소보다 많이 꺾으면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이 심해지면서 역시 정중신경 관할 영역에서 통증이나 이상 감각이 느껴집니다. 방사선 촬영의 경우 손목에 퇴행성 또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인대의 염증 등 다른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합니다. 목 부분에 척추에 있는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를 때에도 손이 저리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으므로 목 디스크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김씨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여러 검사를 한 뒤 손목터널증후군이지만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수술까지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며 “진통소염제 처방과 함께 손목 스트레칭 요령을 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손목을 심하게 굽히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손목 보호대 역시 처방을 받았으며, 평소 손목을 자주 쓰는 일은 가급적 피하되 일을 하더라도 중간에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은 5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고, 이어 60대나 40대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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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진통소염제 등을 먹고 밤에는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잠자리에 들자 손목이나 손가락의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물건을 쥐는 힘도 다소 나아진 것으로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괜찮아졌다 싶어 약을 먹지 않으면 밤에 종종 손가락 등에 통증이 나타나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약을 먹으면 통증의 뿌리를 뽑을 것으로 여겼는데, 약을 먹었을 때에만 통증 등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어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약을 먹어 통증 등이 사라지면 이전과 다름없이 빨래나 청소 등 집안일을 했으며, 작업 도중에 휴식을 자주 취해야 한다거나 손목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쉽게 할 수 있었던 약 먹기와 손목 보호대 착용만 잘 지키는 상황이 됐습니다. 약물 치료의 경우 진통소염제뿐만 아니라 손목 안에 직접 스테로이드 등 각종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 치료도 몇 차례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1년 정도 지낸 뒤에는 손가락의 힘이 더 빠져 손가락을 이용해 물건을 집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데에도 다소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또 단추를 끼우는 것에도 불편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손의 통증으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도 늘었습니다. 김씨 스스로도 통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자 수술 치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김씨를 진료하던 정형외과 전문의도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광현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의 수술적 치료는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손목 안의 인대를 잘라주는 시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을 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손목의 수술 부위에 마취제를 주입하는 국소 마취의 방법을 사용하므로 전신 마취로 인한 합병증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많거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등이 있으면 전신 마취를 한 뒤 수술하기도 합니다.

김씨는 국소 마취 방식으로 수술을 받았고, 수술을 한 뒤 2주가 흘렀을 때에는 기존처럼 손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손목 운동을 피하기 위해 일종의 부목과 같이 손목 보호대를 한달 가까이 착용했습니다. 수술 상처가 아물고 한달가량 지나자 손가락이 저리거나 손가락 또는 손바닥에 감각 이상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은 없어졌습니다. 또 밤에 자다가 통증을 느껴 잠에서 깨어나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다만 수술한 부위를 누르면 통증 등 불편한 감각이 있었으며, 특히 엄지손가락 등 손가락의 힘은 과거에 견줘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을 느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경우 수술로 치료를 해도 엄지손가락 등이 위축돼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현상은 종종 나타나는데, 이는 이 증후군을 앓으면서 손목이나 손가락을 쓸 때 저린 감각이나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엄지손가락 등을 덜 움직이다 보니 해당 부분 근육이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수술까지 받게 된 사실에 놀란 김씨의 남편 및 자녀들의 도움으로 청소, 빨래, 설거지 등과 같은 김씨의 집안일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집안일에 지친 손목에 휴식 시간을 주게 된 것입니다. 또 손목을 최대한 구부리거나 펴는 동작이나 주먹을 힘껏 쥐었다가 펴는 동작 등 손목 스트레칭 동작도 하루에 여러 차례 했습니다. 이런 덕분인지 수술 뒤 6개월쯤 지났을 때에는 예전과 같지는 않았지만 엄지손가락 등도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며 방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김씨는 “지난 세월 40년 가까이 집안일을 하다 이런 질환까지 얻었다는 생각에 한때 서러운 생각까지 들었다”며 “하지만 무엇이든 많이 쓰면 닳고 고장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비록 질병이 생겼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셈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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