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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20 10:22 수정 : 2018.04.20 14:43

[김양중의 건강 이야기] 적절한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이면 비만
미국은 30 이상, 일본은 26~27
국내 비만율이 미국보다 높아
전문가 “기준 통일하거나 올려야”

‘비만의 역설’ 국내외 연구 잇따라
약간 통통하면 저체중보다
질병 회복 빠르고 사망위험 낮아
27 이하땐 무리한 살빼기 필요없어

비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각종 생활습관병의 발병 위험을 높여 결국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 중증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장암 등 몇몇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암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만으로 인한 심장 및 혈관질환 사망률이 높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졌다. 우리나라도 점차 이를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비만 기준은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국가가 서양에 견줘 크게 낮다. 우리나라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비만에 해당되지만, 미국 등 서양은 30 이상이어야 비만에 해당되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비만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비만학회에서 체질량지수에 허리둘레를 추가한 비만 기준치를 내놨지만, 체질량지수 25 이상은 여전히 비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3~27일 때 가장 사망 위험이 낮으며, 일본의 경우 남성의 비만 기준을 체질량지수 27.7로 올려 국내의 비만 기준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 체질량지수 25 이상 이면 비만, 허리둘레도 주의해야 이달 초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2018 비만진료지침’이 공개됐다. 이를 보면 기존의 진료지침과 다른 점은 체질량지수 23~24.9에 해당되는 과체중 단계를 ‘비만 전 단계’로 바꾸고, 비만은 3단계로 구분했다는 점이다. 비만 전 단계라는 표현을 통해 원래 쓰던 과체중이라는 말 대신 비만 위험을 부각한 것이다. 또 같은 비만이라도 체질량지수 25~29.9면 1단계 비만, 30~34.9면 2단계 고도 비만, 35 이상이면 3단계 초고도 비만으로 진단하도록 했다. 여기에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하는 복부 비만의 위험성을 한꺼번에 보도록 진료지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비만 기준은 여전히 체질량지수 25 이상이다. 기존과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학회는 건강보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세가지 생활습관병 가운데 하나 이상이 생기는 체질량지수 기준점이 23으로 나타났다며 건강하게 살려면 평상시에 23 미만의 체질량지수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몸무게 이외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또 있는데 그건 바로 허리둘레다. 몸무게는 정상범위지만 배가 불룩해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학회는 몸무게가 정상범위라도 허리둘레가 남성은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일 때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발병 위험이 1단계 비만 환자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짚었다. 앞으로 비만 진단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체질량지수와 함께 허리둘레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는 당부다.

■ “약간 통통해야 사망 위험 낮아” 비만학회의 최근 진료 지침과 달리 국내에서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다소 비만일 때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온 바 있다. 바로 유근영·강대희·박수경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11년 발표한 연구다. 그 연구 대상이 우리나라 국민 2만명 등 아시아인 114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매우 높은 연구로 평가받아 세계적인 의학논문집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도 실렸다. 이들은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비만과 사망 위험의 관련성을 추적 조사했는데, 그 결과 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은 체질량지수 기준 22.6~27.5일 때 사망할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초기 비만에 해당하는 체질량지수를 가진 사람이라도 실제로는 비만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저체중에 해당되는 15 미만의 체질량지수를 보이거나 35 이상으로 초고도 비만인 경우에는 사망 위험이 체질량지수가 22.6~27.5일 때보다 각각 2.8배, 1.5배 높았다. 당시 연구팀은 논문에서 “비만이 당뇨,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등 서양인이 많이 걸리는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나 인종이나 민족 등의 차이를 고려할 때 비만 기준치는 새롭게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비만의 역설’이라 부르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졌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과 같은 중증 심장 및 혈관질환을 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초기 비만에 해당되면 정상 범위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보다 회복되는 비율이 더 높았으며, 암 수술 뒤에도 저체중이거나 정상범위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다소 통통한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통계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다.

■ 일본에서도 25보다 높은 기준 사용해 일본의 경우 일본검진학회가 2014년에 비만 기준을 기존 체질량지수 25 이상에서 남성은 27.7 이상, 여성은 26.1 이상으로 변경해 발표했다. 일본이나 한국 등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비만 및 사망 위험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일정하게 반영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비만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조정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5년 <대한의학회지>에 실은 논문을 보면, 체질량지수를 25로 하다 보니 국내 비만 인구가 미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을 지적했다.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로 볼 때 국내 비만 인구는 남성 38.7%, 여성 28.1%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의 비만 인구 비율 남성 35.5%, 여성 33.4%에 견줘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체질량지수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조정진 교수는 논문에서 “미국보다 한국의 비만 인구가 많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비만 기준 수치가 낮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조 교수는 유근영 서울대의대 교수팀이 아시아인 114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비만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만 기준에 대해 조 교수는 “적절한 국제 비교를 위해 국제 기준(체질량지수 30 이상)으로 통일하거나 최근 일본검진학회에서 제시한 체질량지수 남성 27.7, 여성 26.1 이상이 비만인 기준처럼 연구를 통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다만 체질량지수가 27 이하라도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이나 심장질환 등 질병이 있거나 건강 상태가 나쁜 경우 등에는 식사, 운동, 행동 수정 등을 포함한 비만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체질량지수와 같은 수치보다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으면 다소 통통해도 오히려 더 사망 위험이 낮으므로, 무리하게 몸무게를 줄일 필요는 없다는 설명인 셈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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