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 행보 6인6색
목적지는 하나, 길은 여럿이다.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임을 고려하면, 누구도 어느 길이 ‘정답’인지 예단할 수 없다. ‘최고 권력’인 청와대로 이르는 길은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는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누군가는 정치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야권 대선주자들은 10년 만의 정권 탈환이라는 여망을 등에 진 채 각자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29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야권 육룡’의 날갯짓에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네팔로 떠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월 초순 귀국과 함께 대선 준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상경’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권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더민주 의원의 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야권 잠룡들 같은 출발선에
정권 탈환 여망은 다 같지만
권력 향해 가는 길은 제각각 안 전 대표는 당분간 공정성장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교육혁명 등 정책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외부 강연 등 이미 약속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현장 행보도 조심스럽게 고민중이다. 안 전 대표 쪽은 “기존에도 당무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행보를 할 때 지지도가 올라갔다”며 “앞서가는 대선 행보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계속 자숙하는 자세만 유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당 ‘간판스타’의 노출이 줄어들면서 당의 지지도와 구심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이날 안 전 대표를 제외하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7~8월에 추진할 전국 투어에 안 전 대표도 참여시키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 ‘구도’에 나선 문재인, 무엇을 채워 올까? 권력과의 거리로 따진다면, 문 전 대표는 지금 누구보다 멀리 떨어진 땅에 가 있다.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입니다.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습니다.” 6월13일 귀국일을 확정하지 않고 네팔 히말라야로 떠나며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유력한 대선주자의 ‘장도’를 외유로만 보긴 어렵다. “비우고 채워 돌아오겠다”는 약속이 의미심장하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더민주의 한 수도권 의원은 “견디기 어려운 고난을 겪지 않았나. 진짜 장도에 나서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정비할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2012년 대선 때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채 대선 후보로 호출된 뒤, 문 전 대표는 휴식을 가진 적이 없다. 당대표로서 겪은 탈당 사태, 4·13 총선 호남 참패 책임론 등 여의도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덜어내는 시간이 될 거라는 얘기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김종인 대표는 안희정·박원순 등을 만나 대선 출마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고 안철수 대표는 당대표에서 물러났다. 바뀐 정치지형에서 문 전 대표가 어떻게 대선 구상을 갖고 전열을 정비할지 관심이 모인다”고 말했다. ■ ‘상경 임박설’ 나오는 손학규, 복귀 명분에 머뭇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오는 8월5일로 전남 강진의 흙집에 칩거한 지 꼭 2년을 맞는다. 지난 23일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개막식에서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조우한 그는 “서울은 언제 올라올 것이냐”는 김 대표의 질문에 “이제 올라가야죠”라고 했다. 2014년 7월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그는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진 만덕산 자락의 흙집에 틀어박혔다. 다산 정약용의 18년 유배지가 지척인 곳이다. 그에게 강진 생활 2년은 스스로에 내린 정치적 유배이자 중원 복귀를 위한 암중모색의 시간이었다. 강진으로 내려갈 당시 그는 잔도(棧道·험준한 협곡에 선반처럼 매달아놓은 다리)를 불사르고 파촉(巴蜀·중국 쓰촨의 옛 이름)에 깃들던 <초한지> 속 유방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향한 출사의 시간이 무르익은 지금, 2년 전 비장하게 태워 없앤 잔도는 복구될 기약이 없다. 그의 한 측근은 “아침에 일어나 책 읽고 점심 먹고 다산초당까지 산책한 뒤 집에 돌아와 또다시 뭔가를 읽고 쓰는 일상에 변화가 없다. 하산을 준비하라는 지시도 일절 없다”고 했다. 총선 뒤 승승장구하던 야권이 도덕성 논란으로 휘청이는 지금, 그에겐 정치권의 러브콜이 잇따른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박지원 원내대표는 30일 라디오에 나와 “당으로 들어와 (안철수와) 대선 경쟁을 해달라”고 했다. 더민주에도 그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문재인 독주 구도’에 변화가 없이는 본선 패배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의 강점은 ‘확장성’이다. 호남의 지지도 만만찮다. 문제는 복귀의 명분이다. 중원을 향한 손학규의 출사길이 열릴지는 전적으로 민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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