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년차’ 박대통령의 위기
우병우 비리 의혹, 친박 공천개입 녹취 폭로…
측근들 줄줄이 궁지 몰려
당·청 친정체제 구상도 난항
사드 배치, 신공항 무산 여파
텃밭 TK 민심마저 등돌려
“박근혜 정부 부패·전횡 가리던
권력의 포장지 벗겨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안에서 터지는 지뢰 때문에 한 치 앞을 못 내다보겠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19일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최근 당·정·청에서 전방위적으로 터져나오는 ‘사건’들에 조마조마함을 토로했다. 5년 임기 가운데 1년7개월여를 남긴 박근혜 정부의 내리막이 더욱 가팔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년5개월은 주로 정권의 무능이나 불통으로 국정운영에 허우적댔다면, 최근에는 숨겨졌던 부정·부패와 비리의 폭로, 그리고 급격한 당·청 관계 변화로 뒤뚱거리고 있다.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실세로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 주변의 각종 의혹은 청와대의 악력이 예전만 못함을 방증한다. 야당은 1300억원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받은 우 수석을 해임하고 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새누리당도 “우 수석 사건의 진상규명을 청와대에 요구하겠다”(정진석 원내대표)고 거들고 있다. 청와대는 우 수석에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사태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새누리당 사정도 청와대 마음 같지 않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제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이었다. 지금은 제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며 다음달 9일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공천 신청 지역구를 옮길 것을 압박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게 결정적이었다. 청와대는 일부 친박 주자들을 주저앉히면서까지 서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우려 했다. 앞서 최경환 의원도 지난 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 당대표를 세워 임기 후반부를 당·청 친정체제로 끌어가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19일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됐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정권 초기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정권의 힘이 약해지자 부당한 권력에 피해본 사례들이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키 뉴질랜드 총리를 기다리며 시계를 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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