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2 21:23
수정 : 2016.08.02 22:15
더민주 대대적으로 ‘부자증세’ 세법 개정안 발표
“담뱃세 인상 등 ‘서민증세’만 했다”며 박근혜 정부 공격
정부·여당 반대 가운데 ‘여소야대’ 국면 관건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증세’를 뼈대로 한 세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대선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앞세웠던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재정 확보에서 담뱃세 인상 등 사실상 ‘서민 증세’에만 골몰했다며 ‘더민주표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대선을 1년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세법을 둘러싼 전쟁이 일찍 불붙은 모양새다.
■ “돈 잘 버는 기업 법인세 올리고, 고소득 개인도 소득세 올려” 더민주는 2일 영업이익이 많은 법인의 법인세율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뼈대로 한 증세안을 발표했다. 먼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2억~200억원, 200억원 초과의 법인세 소득 구간에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이 구간에 대해 현행 22%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더민주는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25%에서 현행 22%로 내려왔는데, 이를 원상회복해 “정상화”하겠다는 게 더민주의 지난 4·13 총선 공약이었다. 법인세율을 이렇게 올리면 연간 4조1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고 더민주는 밝혔다. 이와 함께 2017년 종료될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임금 인상분에 대한 가중치를 확대 적용하고 배당은 제외시켜 과세 효과를 높일 계획도 짰다.
더민주는 개인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현행 1억5000만원 초과의 경우 38%인 소득세율을 1억5000만~5억원은 38%, 5억원 초과는 41%로 세분화하는 소득세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더민주는 또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 대주주의 상장·비상장 주식 양도차익 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과 가족 소유 법인 ‘정강’을 통해 세금을 회피한 의혹과 관련해 이러한 목적의 법인에 대해 15%포인트의 추가 과세를 적용하는 법인세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른바 ‘우병우 방지법’이다.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자산가에 대한 상속·증여세도 강화한다.
반면, 지난 총선 공약이었던 기회균등장려금(최대 200만원까지 저소득층의 교육비 세액공제 및 환급)을 도입하고, 영세 자영업자의 부가세 납부 의무 면제 한도를 상향하는 등 중산·서민층에는 감세 효과가 돌아가게 할 계획이라고 더민주는 덧붙였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조세부담률의 상향이 필요한데, 영업이익이 높은 법인과 고소득 개인에 대해 부담을 늘리고, 반면 중산층과 서민, 임금근로자의 세 부담을 경감하는 원칙으로 이번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대선 앞두고 ‘증세 이슈’와 ‘경제민주화 담론’ 선점 의도 더민주가 이런 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내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본격화할 정책 경쟁 가운데서도 치열한 의제가 될 증세 이슈를 선점하고, ‘여소야대’로 맞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주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변 의장은 “박근혜 정부 임기가 하반기로 들어선 입장에서 재정 확보에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냐”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우리 당이 맡고 있는 점이 세법 개정안 관철에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또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 담론을 대선 전에 예열시키는 효과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서민 증세’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 인상한) 담뱃세 관련, 세수가 너무나 많이 증대하고 있고 흡연자 수는 늘어났다는 보도가 있다”며 “증세를 안 한다고 했는데 안 하고서는 세입 확보가 어려우니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담뱃세 인상으로 세입을 증가시키려 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반대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이 여당과 협의를 거친 안인데 세금을 올리는 것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법인세율 인상과 소득세율 새 구간 신설 모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소득세율·법인세율 인상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반면 국민의당은 재정 적자를 막고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따로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큰 틀에서 더민주와의 공감대 형성이 용이해 보인다.
한편, 더민주는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면세자 비율이 미국 등에 비해 높은 48%에 이르는 현실에 대해서는 “축소해야 한다”면서도 당장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최운열 더민주 정책위 부의장은 “정부·여당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면 해법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면세자 비율이 2013년(귀속연도 기준) 32.4%에서 2014년 48.1%로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초 ‘연말정산 대란’ 뒤 정부가 공제 제도를 확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송경화 성연철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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