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9 22:23
수정 : 2016.08.30 01:09
우 가족회사 금고 텅텅 비었고
서류도 대부분 치워져 있어
‘생색내기용 압수수색’ 말나와
아들 특혜 직권남용 밝히려면
집무실 수색 필요한데도 제외
MB사저 특검때 조사한 전례
“우 수석·청와대 눈치보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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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이 8곳에서 전방위로 실시됐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우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을 압수수색한 수사관들이 압수물이 든 봉투를 들고 나오는 모습(왼쪽)과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한 물품을 가지고 건물을 나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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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관련 고소·고발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이 팀 구성 5일 만인 29일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우 수석의 자택을 빼놓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강의 대주주이자 경영진의 자택을 빼고 사실상 서류상회사(페이퍼컴퍼니)인 회사 사무실만 압수수색을 한 것은 ‘생색내기용’ 압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강은 우 수석 가족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다. 우 수석이 20%, 그의 아내 이아무개씨가 대표이사로 50%, 그리고 세 자녀가 1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우 수석의 장남과 딸 등은 정강에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된 2억원대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한 해 수천만원의 차량 유지비를 회사에 떠넘겨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통신비 335만원도 정강에 떠넘긴 정황이 나타났다. 지난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이 정강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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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서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 뒤로 지나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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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이날 대표이사와 대주주들이 거주하는 자택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정강 사무실과 감사를 담당한 삼도회계법인, 차량을 관리하는 우 수석의 아파트 관리사무소까지 압수수색을 했지만 우 수석의 집만 제외했다. 압수수색을 한 정강 사무실에는 금고 2개가 비어 있었고, 회사 업무 관련 서류도 대부분 치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원과 복사 작업만 한 뒤에 일찌감치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주요 문서가 대부분 우 수석 자택이나 제3의 장소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검찰이 증거수집 단계부터 청와대와 우 수석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경영비리 관련 수사에서 회사 경영자의 자택 압수수색은 기본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롯데그룹 수사 때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자택 2곳과 사무실부터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이 우 수석의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도 ‘눈치 보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이 의경으로 복무하는 아들의 근무지 특혜를 받기 위해 직권남용을 했다는 혐의가 있다며 우 수석을 수사의뢰했다. 우 수석이 만약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들의 근무지 배치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그런 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그의 청와대 집무실이다.
2012년 1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검팀은 법원에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청와대 쪽의 거부로 영내 진입에 실패하자,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식으로 영장을 집행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인데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택 압수수색은 피의자 쪽엔 심적 압박이 상상 이상으로 강해서, 검찰이 우 수석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자택 압수수색은 피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우 수석 집을 압수수색하기 시작하면 차명 땅 보유 의혹을 받는 우 수석 처가 쪽 장모와 처제들 집도 줄줄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피하는 것처럼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범죄사실과 연관되어 있지 않으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보장이 없다. 영장 발부를 받을 수 있는 범위에서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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