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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7 16:54 수정 : 2016.09.27 21:46

클린턴 “트럼프처럼 세금 안내 국가부채 생기는 것” “트럼프도 이라크 침공 찬성” 공세
트럼프,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에 의외로 ’거짓말쟁이’ 딱지 안붙여
‘트럼프다움’도 ‘대통령다움’도 보여주지 못해
토론 후반엔 “클린턴은 문제적 기질을 갖고 있다” 비판하자, 클린턴은 어이없는 표정

미국 뉴욕주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26일(현지시각) 열린 대선 1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오른쪽)가 청취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답변하고 있다. 헴프스테드/A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26일(현지시각) 첫 텔레비전 토론은 클린턴이 분위기를 시종일관 지배했다. 트럼프는 ‘대통령다움’도 ‘트럼프다움’도 보여주지 못한 어정쩡한 태도로 토론에 임하면서 줄곧 수세에 몰렸다. 클린턴은 이번 티브이 토론을 앞두고 상당한 준비를 한 듯 보였지만, 다만 그런 탓에 너무 차분하고 때론 차가워 보이기도 했다.

일자리 및 소득 불평등 문제를 놓고 벌어진 토론 초반전에서 이미 승부는 결정난 것처럼 보였다. 클린턴이 차분하게 던지는 ‘잽’에 트럼프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물을 마시거나 클린턴의 발언 도중 “틀렸다”, “사실이다” 등의 말을 하며 끼어들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해 트럼프가 “우리 일자리가 멕시코로, 다른 나라들로 도망가고 있다. 세금을 줄이고, 무역협상을 다시 해야한다”며 그동안의 입장을 다시 꺼내자, 클린턴은 “미국 인구는 전 세계의 5%다. 나머지 95%와 교역을 해야한다”고 반격했다. 트럼프가 “지난 30년간 당신은 정치를 했는데, 왜 지금에서야 이런 해결책들을 생각하는 것인가?”라며, 클린턴의 ‘기성 정치권 이미지’를 부각시키려했지만, 클린턴은 피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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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클린턴은 “트럼프는 평생 아주 운이 좋았다. 아버지로부터 1400만달러를 빌렸다”며 트럼프가 아버지 재산 때문에 기업을 일군 약점을 파고들자, 트럼프는 “내 아버지가 1975년에 준 건 아주아주 작은 융자”라며 부인하려 애썼다. 이때부터 트럼프는 더욱 자주 물을 마시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엄청난 국가부채에 대해서도 클린턴은 트럼프가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을 공개하며, “그런 행태 때문에 국가부채가 늘고 있다”고 공략했다. 또 “기후변화는 중국의 장난”이었다는 트럼프의 말을 소개하며 “나는 기후변화가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중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시절 개인 서버로 이메일을 사용해 문제가 됐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선 의외로 트럼프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클린턴이 “실수였고, 반성하고 있고, 책임을 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자, 트럼프는 “실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고의였다”며 한차례 공격하는 것으로 끝냈다.

중간에 약간 소강 상태를 보이던 토론 분위기는 후반전에 국방·안보 분야로 넘어오면서 또다시 클린턴의 공세로 기울었다. 클린턴은 이라크전에 반대했다는 트럼프의 경선 과정 발언을 끄집어내며 “트럼프는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다. 그것은 여러 번 입증됐다”며 ‘트럼프의 거짓말’을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당황한 듯 여러차례 “틀렸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클린턴의 말을 가로막으려 애쓰다, 자신의 발언 순서가 오자 “주류 언론의 몰이해”라며 뜬금없이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트럼프는 막판에 ‘트럼프다움’으로 돌아서긴 했다. 사회자인 <엔비시>(NBC) 방송의 심야뉴스 메인 앵커인 레스터 홀트가 ‘클린턴과 당신의 판단력은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묻자,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더 좋은 기질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관중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트럼프가 이어 “클린턴은 완전히 통제력을 잃었다. 문제있는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자, 클린턴이 어이없다는 듯 “휴, 오케이”라고 무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인종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는 총기규제를 얘기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논란 발언을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가 “힐러리는 스태미너가 없어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엄청난 스태미너가 필요하다”며 힐러리의 폐렴 경력을 에둘러 꺼내들었지만, 클린턴은 자신의 국무장관 경험을 내세우며 “트럼프가 112개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하고, 의회에서 11시간 동안 증언을 한다면, 그때 스태미너가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토론 초반 긴장하던 표정이 역력했던 클린턴은 토론이 진행될수록 승기를 확신한 듯 여유를 찾았다. 반면, 트럼프는 밀릴 때마다 한숨을 쉬거나 클린턴을 향해 거의 소리를 지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애초 예상처럼 ‘정책 대결’은 없었다. 트럼프는 정책 대결을 할 정도의 학습이 덜 돼 보였고, 클린턴은 너무 정제되고 틀에 박힌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황금비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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