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찍은 남북 체조선수, 통일부에 신고해야?

“위대한 몸짓” 찬사받은 남 이은주-북 홍은정 선수
AP “한국 정부에 접촉 신고해야” 보도

남북교류협력법상 북 주민 접촉 7일 이내 신고 의무
통일부 “특별한 목적 없는 우연한 만남은 신고 대상 아니다”

남북관계 비극적 단면 보여준 해프닝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얼어붙은 두 나라의 관계가 녹고 있다.”

최악의 남북관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남북한 두 체조 선수의 사진 한 장에 외신들은 이렇게 환호했다.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체조경기에 참가한 남쪽 이은주(17·강원체고) 선수와 북쪽 홍은정(27) 선수가 9일 함께 찍은 사진에 <에이피(AP)통신>은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위대한 몸짓”이라고 평했다.

뭉클한 장면이었으나 남북관계의 비극적 단면을 보여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에이피통신은 이 사진에 대해 “이런 만남이 한국에서 불법은 아니지만 증오와 유혈로 얼룩진 두 나라의 오랜 역사 때문에,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한반도는 아직 전쟁 상태이고 남북 사람들의 교류는 아직도 허가를 받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북한 사람과 접촉한 한국인은 7일 이내에 통일부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북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중에 정부에 정보와 보고서를 전달한다.”

이는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2(남북한 주민 접촉)에 따른 설명이다.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접촉한 후에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법 시행령 제16조(접촉신고) 2항의 5는 ‘부득이한 사유’ 중 하나인 ‘외국 여행 중에 우발적으로 북한 주민과 접촉한 경우’ 7일 이내에 통일부 장관한테 사후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신고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에이피통신의 사진설명은 이후 수정됐다. 통일부에서 “신고가 필요하지 않은 접촉”이라며 정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이은주 선수가 특별한 목적을 갖고 홍은정 선수를 만나서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올림픽 출전 중 우연히 만난 것이어서 사후 접촉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이피통신의 사진설명은 오보여서 수정됐다”고 말했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이 사진이 우리가 올림픽을 치르는 이유다”라고 적었지만, 에이피통신 사진설명 ‘오보 해프닝’은 세계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남북관계의 상황을 씁쓸하게 보여줬다.

김진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