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1 17:44
수정 : 2016.08.11 21:30
8강에서 뉴질랜드 꺾고 4강진출
최약체 축구와 달리 럭비는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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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의 사베나카 라와카(왼쪽)가 10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로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럭비 남자부 경기에서 브라질의 다니엘 산세리에게 태클을 당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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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남자 럭비대표팀은 90만 인구의 작은 섬나라 피지에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안겨줄 수 있을까.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로 경기장에서 열린 럭비 남자부 8강전에서 피지는 뉴질랜드를 12-7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이날 앞서 벌어진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24-19로 승리하며 3전 전승을 거둬 조 1위로 8강에 진출한 터였다.
한국에 0-8 완패를 당하는 등 조별예선 3경기 동안 23실점을 하며 3전 전패한 피지 축구대표팀과는 달리 남자 럭비대표팀은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현재 7인제 럭비 세계랭킹 1위인데다, 최근 두 차례의 7인제 럭비 월드시리즈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피지대표팀의 전력은 잉글랜드 7인제 럭비대표팀 감독을 지낸 벤 라이언(45) 감독이 2013년 9월에 부임한 뒤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벤 감독이 피지대표팀을 세계 최고 팀으로 만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가 막 취임했을 때에는 럭비대표팀은 훈련 동안 선수들이 먹을 물조차 사지 못할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벤 감독도 부임한 첫 5개월 동안은 급여를 받지 못했다. 대표선수들은 럭비로는 한 해 6000달러(660만원)정도 밖에 벌 수 없어, 생계를 위해 교도관, 벨보이, 농부 등의 직업을 따로 가져야 했다. 지난 2월 피지에 초대형 사이클론 윈스턴이 몰아쳤을 때, 일부 선수들은 집을 잃어 거리에 나앉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럭비대표팀 뒤에는 전국민적 지지가 자리잡고 있다. 럭비는 피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피지 국민의 럭비 사랑은 브라질 국민의 축구 사랑보다 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피지 국민들은 럭비대표팀이 제주도 10배 크기의 작은 섬나라에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가지고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선수들도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올림픽 첫 메달을 위해 거액의 계약서 제안도 거절했다. 피지 럭비대표팀 주장인 오세이 콜리니사우(31)는 “우리의 꿈이 바로 앞에 있다. 이 기회를 꼭 잡아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벤 감독은 “선수들이 메달을 따더라도, 아주 적은 돈이 보상돼 그들의 삶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피지국민의 염원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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