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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1 19:07 수정 : 2016.08.11 21:05

44살 골키퍼 오영란, 2패 뒤 1무 견인
종료 3초전 ’페널티 드로’ 막아
“이렇게 안 무너져…8강 진출할 것”

한국의 오영란(왼쪽)이 10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푸투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핸드볼 B조 3차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네덜란드의 7m 드로를 막아내고 있다. 그의 선방으로 한국은 32-32로 극적으로 비겼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역시 오영란(44·인천시청)이었다.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1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푸투루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6 리우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골키퍼 오영란의 극적인 선방으로 32-32로 비겼다. 한국은 경기 종료와 동시에 페널티드로를 허용해 패색이 짙었다. 페널티드로란 축구의 페널티킥처럼 수비진이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페널티박스 안에서 반칙을 할 경우, 공격하는 상대에게 슛할 기회를 주는 핸드볼의 규칙이다. 페널티킥은 골문에서 11m 지점에서 슛하지만, 핸드볼의 페널티드로는 7m에 불과하다. 한국은 6개 팀이 겨루는 조별예선에서 이미 2패를 당했고, 이번마저 패하면 8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최고참 오영란(44)이 10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의 푸투루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경기를 마친 뒤 믹스드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네덜란드의 로이스 아빙이 공을 던지기 위해 걸어나왔고, 오영란도 골문 앞으로 나왔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아빙은 이내 온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오른손으로 강하게 공을 던졌다. 하지만 오영란은 이미 방향을 잡고 있었다. 공은 오른쪽으로 넘어지는 오영란의 배에 맞고 흘러 나왔다. 한국 선수들은 오영란 쪽으로 뛰어가 서로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비겼지만 이긴 것보다 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영란은 그동안 묵혀온 말들을 꺼냈다. 그는 “한국 핸드볼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고, (좋지 않은) 댓글을 보면서 후배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핸드볼이 이렇게 무너지지 않는다. 정말 고생하며 4년을 준비했다. 남은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를 잡고,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오영란은 이번이 5번째 올림픽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영화로도 제작된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투혼의 선방으로 대표팀을 은메달로 이끌었고, 동메달을 땄던 2008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그가 목에 걸지 못한 유일한 메달이 금메달이다.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취약 포지션인 골키퍼 자리를 강화하기 위해 오영란을 어렵사리 설득해 복귀시켰다. 11살과 8살 두 딸의 엄마인 오영란은 올림픽 전에 “딸들이 엄마가 국가대표였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번에 꼭 딸들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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