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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2 16:08 수정 : 2016.08.12 21:36

여자양궁 국가대표 장혜진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양궁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응원단을 향해 하트를 그리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4월 열린 한국 양궁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장혜진(29·LH)은 1점 차로 강채영(20·경희대)을 누르고 3위로 마지막 리우행 티켓을 획득했다. 그러나 장혜진은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후배 강채영이 자신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혜진 또한 4년 전 똑같은 좌절을 겪었다. 2012 런던올림픽 최종선발전에서 4위로, 대표팀 문턱에서 탈락했다. 장혜진이 12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리자 운루(독일)를 세트점수 6-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힘들었던 국가대표 선발전 과정이 생각나 우승이 결정되고 눈물이 났다”고 말한 이유다.

올림픽 챔피언으로 결정된 뒤 장혜진이 움직이는 곳마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장혜진은 자신과의 4강전에서 패한 뒤 순위결정전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목에 건 기보배(28·광주시청)와 함께 경기장 뒤편에 자리한 양궁 연습장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거기엔 대표팀 막내 최미선(20·광주여대)이 있었다.

세계 1위이자 강력한 개인전 우승 후보였지만 야속한 ‘바람’ 때문에 최미선은 8강전에서 탈락했다. 장혜진과 기보배는 최미선을 끌어안은 뒤 자신의 메달을 최미선에게 걸어줬다. 선배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을 때 연습장에 홀로 서서 말없이 과녁을 바라보고 있었던 최미선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셋은 이어 감독, 코치와 함께 둥글게 어깨를 감싸안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와아아아아!” 하며 어둑해진 리우 하늘을 향해 함성을 내질렀다. 장혜진은 “다른 소원은 없다. 이제 푹 쉬고 싶다”고 했다.

장혜진의 나이, 올해로 29살이다. 어느덧 대표팀의 맏언니가 됐지만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서 장혜진은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올림픽 2관왕을 달성했다. 기회가 오기만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 출전 선수들과 동행했다. ‘4등 자격’으로였다.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설움을 참아내며 그는 홀로 뒤편 연습장에서 활시위를 거듭 당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꼭 이 자리에 다시 서고 말겠다”고. 꿈은 이루어졌고,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장혜진은 “결승 사대에 섰을 때 그저 이 자리가 꿈만 같았다. 마지막 발을 쏘고 나서야 내가 결승전에 와 있단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혜진은 “‘런던올림픽 4등 선수’라는 꼬리표를 이제 떼어내서 후련하다”며 웃어 보였다.

장혜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활을 잡았다. 하지만 27살 때 국제대회 우승을 처음으로 맛봤다. ‘늦깎이’라는 말이 나왔다. 리우 출전을 결정짓고도 세간의 관심에서는 멀어져 있었다. 동료인 기보배는 런던에서 2관왕을 차지한 명실상부 한국 여자양궁 간판이었고 최미선은 세계 1위였다. 하지만 장혜진은 양창훈 여자양궁 감독의 표현대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뭉친 선수”이자 팀의 맏언니로서 이번 단체전에서도 첫 주자로 나서 여자양궁 올림픽 단체전 8연패를 이끌었다. 그의 별명대로 정말 ‘짱콩’이었다. 장혜진은 친구들이 키(현재 158㎝)가 작다며 ‘땅콩’이라 부르자 ‘그럼 난 땅콩 중에 최고가 되겠다’며 스스로 ‘짱콩’이라 불렀다.

이날 기보배 역시도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모습으로 기품있게 지난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왔다. 기보배는 3·4위 결정전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에게 세트점수 6-4로 승리했다. 4-4로 맞선 5세트에서 기보배는 마지막 3발 모두를 10점에 명중시키며 대미를 장식했다. 양궁장 장내 아나운서도 어느 때보다도 큰 목소리로 “텐-텐-텐”을 외쳤다.

올림픽 양궁 개인전 2연패에는 실패했으나 기보배는 동메달이 확정되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나한테 이번 동메달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올해 국제대회에서 개인전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주변의 기대 때문에 부담도 컸는데 이제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며 비로소 미소지었다. 기보배는 준결승 4세트 두번째 화살을 3점에 맞춰 동점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예전에도 3점을 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끔 있었지만 올림픽에선 처음”이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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