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2 16:26
수정 : 2016.08.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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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명이 11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6관에서 열린 복싱 남자 밴텀급(56㎏) 32강전에서 빅터 로드리게스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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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명이 11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6관에서 열린 복싱 남자 밴텀급(56㎏) 32강전에서 빅터 로드리게스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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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싱의 유일한 희망 남자 56㎏급 함상명(21·용인대)은 지난달 리우올림픽 본선 진출(8강 탈락)에 실패하고 휴가를 준비 중이었다. 숙소를 알아보던 함상명은 7월19일 박시헌 한국 복싱 대표팀 감독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올림픽 가자!” 박 감독의 말에 함상명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56㎏급 출전자 중 올림픽을 포기한 선수가 생겨 차순위인 함상명이 와일드카드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멍해진 함상명은 다시 짐을 풀고 바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천운을 잡은 함상명의 첫 올림픽 경기(32강전)가 열린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리우센트루 6관은 한국의 안방경기장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응원단의 열정적인 응원에 브라질 관중까지 합류해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이 경기장에 가득 찼다. 함상명은 경쾌한 스텝으로 몸을 풀고는 시합 직전 한국 응원단을 바라봤다. “대형 태극기가 보였는데 브라질 사람들까지 나를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종이 올리자 함상명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그는 저돌적인 인파이터(근접거리에서 공격하는 방법)다. 반면 상대인 빅토르 로드리게스(21·베네수엘라)는 아웃파이터(상대방과 거리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는 방법). 1, 2라운드에서 적극적인 접근전과 변칙 공격으로 점수를 따낸 함상명은 3라운드부터 체력이 소진된 듯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해졌다. 하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결국 2-1 판정승을 거뒀다. 함상명은 경기 뒤 “3라운드 막판엔 정말 쓰러지기 직전이었는데 죽을 때까지 싸워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판정승에 대해선 “그닥 기쁘진 않다. 이렇게 이길 거면 지는 게 낫다”며 젊은 복서다운 패기를 보였다.
함상명은 15일 중국의 장자웨이(27)와 16강전을 치른다. 그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장자웨이에게 승리한 바 있지만 현 56㎏급 최강자는 여전히 장자웨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함상명은 “장자웨이가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프로로 진출하는데 나와의 16강전이 장자웨이의 아마추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함상명의 왼쪽 가슴엔 ‘분골쇄신’(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의미로, 전력을 다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의 16강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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