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2 18:52
수정 : 2016.08.15 17:04
보고 또 봐도 못생겼다. 마디마디 굳은살이 박여 울퉁불퉁하다.
남자 100㎏ 조구함은 손톱이 검게 변했고, 여자 57㎏ 김잔디는 엄지 인대가 늘어나 튀어나온 부분을 누르면 고무공처럼 쏙 들어갔다가 다시 튀어나온다. 남자 66㎏ 안바울은 손가락 자체가 부풀어 올라 굵은 마디와 타원형으로 연결됐다. 남자 60㎏ 김원진의 엄지손가락은 잘 펴지지 않는다. 못생긴 손은 최고의 선수가 되려고 묵묵히 달려온 흔적이다.
이들의 손도 처음엔 곧고 부드러웠다. 한 판의 매트 인생을 고운 손과 바꿨다. 하루에도 수천번 메쳐지고, 천장에 달린 로프를 손아귀 힘으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인대가 끊어지고, 보기 싫게 휘어졌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곽동한 등)고 생각했던 고통의 시간들을 성적으로 보상받고 싶지만 잔인한 현실은 종종 열정을 비웃는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대했다. 하지만 16년 만에 금메달을 한 개도 못 땄다. 남녀 전체 12체급(남자 7개, 여자 5개)에서 은메달 2개(여자 정보경, 남자 안바울), 동메달 1개(남자 곽동한)만 목에 걸었다. 비난이 쏟아지고, 메달밭 종목의 배신이라며 손가락질을 해댄다. 그래서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울고, 고개를 숙인다. 4년의 시간이 단 5분(여자는 4분) 만에 판가름난 것에 누구보다 허탈하고 아픈 건 그들이다. 그래도 “오늘의 좌절을 이기고 도쿄에서 최고의 순간을 선물하겠다”(안바울)며 애써 툭툭 털어내려 한다. 그들의 손마디는 4년 뒤 더 굵고 거칠어져 있을 것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유도 선수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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