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4 18:57
수정 : 2016.08.14 19:22
한국축구, 온두라스에 0-1 패배
일방 경기에도 역습축구에 무릎
슈팅, 점유율 등 모든 공격 압도
신태용호 전문가 호평
“미래형 축구” “선진축구의 맛 선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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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민이 13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 온두라스전에서 패한 뒤 운동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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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가능성 있는 미래를 보여줬다.”(김대길 해설위원)
“과거 축구와는 내용에서 맛이 달랐다.”(신문선 교수)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치른 리우올림픽 8강 온두라스전에서의 패배(0-1)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미래형 축구’, ‘선진화된 축구’로 모아진다. 비록 결과에서는 졌지만 시종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주도권을 쥐면서 내용에서 진화된 형태의 축구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축구라는 게 그렇다. 아무리 경기를 잘해도 역습 하나만을 노리고 접근하는 팀에 당하는 경우가 있다. 10번 중 한 번 이런 경기가 나오는데 이번에 딱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이런 팀을 상대하려면 선제골을 넣어 차단 뒤 역습이라는 전술을 바꾸도록 윽박질러야 하는데, 첫 골이 안 나오다 보니까 더 조급해지면서 허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기록 전문 사이트인 ‘스탯티즈’의 분석을 보면, 한국은 슈팅(16-6), 유효슈팅(7-4), 점유율(63.5%-36.5%), 패스성공률(81.8%-65.3%), 볼터치(684-386) 등 공격 지표에서 온두라스를 압도했다. 특히 손흥민은 전반 6분 드리블 뒤 왼발 슈팅을 시작으로 39분 프리킥, 45분 발리슛 등 위력적인 슈팅을 연달아 날렸다. 손흥민은 후반에도 2분, 7분, 13분 골망을 향해 타점 정확한 슈팅을 시도했다. 신문선 교수는 “여러 번 올림픽 경기를 지켜봤지만 어떤 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이 반갑다”고 했다.
그러나 공격축구는 관성이 있다. 맹공을 퍼부으면서 균열을 내면 분위기가 바뀐다. 하지만 상대가 완강하게 저항하면 자칫 말릴 수 있다. 온두라스의 골키퍼 루이스 로페스는 온두라스 역습 축구의 중심이었다. 빠른 반응 속도와 예측력으로 손흥민 등 한국 선수들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온두라스는 후반 15분 결승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수비지역에서 공을 가로챈 로멜 키오토는 빠르게 전진해, 반대쪽의 알베르트 엘리스에게 정확하게 공을 배달했다. 엘리스는 구성윤 골키퍼가 달려 나오는 옆으로 공을 차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까지 단 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한 온두라스가 그중 하나를 명중시켰다.
결정력의 차이는 기술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소나기슛을 했지만 힘만 뺀 꼴이 됐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 것 같다. 몸이 유연하면 슈팅이 더 예리하고 강하게 날라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국의 공격 선봉인 손흥민도 수차례 슈팅을 놓친 뒤 패배까지 떠안자 감정이 폭발했다. 그는 경기 뒤 “아쉬움보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라커룸에서도 너무 미안해서 동료들의 얼굴을 못 봤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선수들은 선제골을 뽑아낸 뒤 걸핏하면 드러누우며 경기를 지연시켰다. 명장으로 꼽히는 호르헤 루이스 핀토 온두라스 감독은 팀 수준에 맞게 수비 뒤 역습이라는 맞춤 전술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축구가 미래지향적인 것은 아니다. 이날 경기장의 브라질 관중은 한국 축구에 매력을 느끼면서 온두라스의 침대축구에 야유를 보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는 온두라스의 축구가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뒤 “처음엔 (특출난 선수 없는) 골짜기 세대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 자랑스럽다. 이런 기세라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국민과 축구팬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지만 골 결정력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8강까지 살아남은 아시아 대표로서 한국은 매서운 공격축구의 이미지를 쌓았다. 방어하다가 운 좋게 골을 노리던 과거의 축구도 아니다. 더욱이 23살 이하 선수들은 곧 전성기에 이르게 된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풀을 갖게 된 것도 신태용호가 남긴 유산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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