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5 14:56
수정 : 2016.08.1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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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명(왼쪽)이 14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경기장6에서 열린 밴텀급(56㎏) 16강전에 중국의 장지아웨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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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판정이 내려진 뒤 함상명(21·용인대)은 자신을 꺾은 장자웨이(27·중국)에게 다가갔다. 성큼 장자웨이의 손을 잡더니 높이 들어올렸다. 승자가 장자웨이란 점을 다시 한번 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이후 함상명은 경기 내내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한국 응원단에 큰절을 올리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함상명의 오른쪽 눈 주위가 찢어져 있었다. 사흘 전 자신에게 올림픽 첫 승을 안겨줬던 32강전에서 생긴 왼쪽 눈 주변 상처도 채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함상명은 15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경기장6에서 열린 남자 복싱 밴텀급(56㎏) 16강전에서 장자웨이에게 0-3 심판 전원 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함상명은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장자웨이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3-0 판정승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자신감 때문에 함상명은 16강전을 앞두고 “장자웨이가 프로에 진출하기 전 아마추어로서 내가 마지막 상대로 남게 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자웨이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함상명의 말대로 ‘괴물’이 돼 있었다. 함상명은 “장자웨이에게 실력에서 졌다. 이 경기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 나는 내 한계를 넘어서서 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장자웨이는 인천 대회 이후 국제복싱협회(AIBA)가 창설한 프로 복싱 리그에 뛰어들어 정상에 오른 실력자다.
함상명의 말처럼 장자웨이는 이날 체력과 기술 모두에서 함상명을 압도했다. 경기 내내 장자웨이의 가드는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함상명이 2라운드부터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스텝이 느려지자 장자웨이는 날카로운 역습으로 대응했다. 다급해진 함상명의 펀치는 연신 허공을 갈랐고 장자웨이에 닿지 못했다.
함상명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복서다.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한국 복싱 역사상 최소 인원이다. 한국 복싱이 노메달에 그친 것은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16년 만이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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