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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3 06:01 수정 : 2016.08.23 09:52

이대훈이 18일 오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패자부활전에서 이집트 고프란 아흐메드에게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Ola 올림픽〕
한국 출전선수중 11%만 메달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제부터
다음 올림픽 출전 확률은 50%
선수 이후 삶에 고민해야

이대훈이 18일 오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패자부활전에서 이집트 고프란 아흐메드에게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메달을 못 땄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평생을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던 남자 태권도 68㎏급 이대훈(24)이 8강전에서 패한 뒤 내놓은 소감이다. 졌지만 이대훈은 낙담하지 않았다. 이미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대훈은 알고 있었다. 메달의 환희는 잠시뿐이란 걸. 중요한 건 메달이 보장해줄 수 없는 남은 생이란 점을 말이다.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표현하기 어려웠던 진실을 올림픽 현장에서 선수의 육성으로 전해 들은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총 205명(핸드볼 김온아 대체선수 송해림 포함)이다. 이들 중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23명이다.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은 메달을 얻지 못했다. 기적처럼 메달을 따낸 선수들도 한국에서 환영행사를 치른 뒤에는 여느 때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림픽 출전 선수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확률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올림피언의 삶은 일반인들의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다. 외려 궁핍한 경우가 다반사다. 21일(현지시각) 2016 리우올림픽 폐막식을 앞두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대한체육회를 향해 집중적으로 던진 질문도 바로 선수들의 ‘메달 이후의 삶’에 관한 문제였다.

그러니까 문제는 올림픽을 전후한 삶에 있다. 그 일상이 온전하지 못하면 올림픽도 없다. 리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우엔 올림픽보다 치열하게 가난과 싸우는 빈민촌(파벨라)이 700곳 넘게 산재해 있다. 이들은 리우 인구(650만)의 30%를 차지한다. 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던 지난 13일 찾아간 리우 최대 파벨라 호시냐는 올림픽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버거운 삶들로 빼곡했다.

호시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정상에서 내려다본 리우항이었다. 리우의 상징 중 하나인 이파네마 해변을 끼고 있는 이 항구는 세계 3대 미항다운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 생각했다. ‘월평균 수입이 우리 돈으로 5만원도 안 되는 빈민들은 리우항과 올림픽경기장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그리고 내린 결론. ‘그냥 체념해버린 건 아닐까. 이곳과 저곳은 전혀 다른 곳이라고 선을 긋고서.’ 빈부격차가 만들어낸 두 세계는 매듭 없이 이어져 있었지만 파벨라는 올림픽과 리우항을 넘볼 수 없었다. ‘리우올림픽’이었지만 리우의 3분의 1은 그렇게 가려져 있었다.

리우로 떠날 때만 해도 무사귀환이 목표였다. 개막 한 달 전까지 브라질 경찰들이 리우 공항에서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있었을 정도로 현지 치안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도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흥과 웃음이 넘쳐났다. 삼바 음악이 들려오면 길가에서 즉흥적인 춤판이 벌어졌다. 리우 시민들은 자그마한 일에도 엄지손가락을 연신 추켜올리며 “따봉”을 외쳤다. 미디어 숙소에 온수가 나오지 않아 수리를 부탁했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따봉”만을 외칠 땐 이들의 태평성대식 세상살이가 불편하기도 했다.

리우에 온 지 20여일이 지났다. 그새 달도 모양을 달리했다. 개막 땐 초승달이었지만 폐막이 가까워오자 보름달로 변했다. 선수들이 전해준 감동으로 내 마음도 리우에 뜬 달처럼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행복했다. 그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리우를 떠나려고 한다. 김현우, 류한수(이상 레슬링), 정보경, 곽동한, 이승수(유도), 주세혁, 이상수, 정영식(탁구), 이상욱, 유원철(체조) 등등. 당신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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