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30 18:29
수정 : 2016.08.30 21:24
복싱 유일 출전 함상명의 리우 한달
리우행 좌절돼 군입대 준비하는데
불참 선수탓 대체 출전…“행운”
뒷심 부족 느꼈지만 응원이 큰 힘
“혼자인데 혼자 아닌 특별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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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선수 함상명이 지난 14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6관에서 열린 밴텀급(56㎏) 16강전에서 중국의 장자웨이를 공격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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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통보받았을 때는 기쁘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했어요.”
리우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56㎏급 함상명(22·용인대)은 7월19일 대한복싱협회로부터 갑자기 리우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체급에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땄던 선수 1명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세계랭킹 3위인 함상명에게 대체 출전의 기회가 왔다. 브라질로 출발하기 1주일 전이었다. 당시 그는 4주 군사훈련을 위한 군입대를 한달 남짓 앞두고 있었다. 올해 처음 생긴 여유 기간 동안 휴가를 계획하고 약속도 잡았지만 모두 취소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올림픽 출전으로 누구보다도 숨가쁜 한달을 보낸 함상명을 지난 23일 경기도 시흥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군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은 함상명은 “올림픽에 나가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며 “혼자 나가니까 부담도 있었지만 주위의 모든 분들이 응원해주시니까 무거운 마음보다 기쁨 마음으로 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복싱 대표팀은 스파링 상대도 없이 박시헌 대표팀 감독과 함상명 선수 단둘을 먼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보냈다. 첫 경기를 치르기까지는 불과 보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함상명은 “짧은 기간이지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며 “몸무게는 5㎏ 정도 초과해 체중 빼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 스파링은 다른 나라의 다른 체급 선수들과 서로 상대가 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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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명이 지난 23일 경기도 시흥에서 한 인터뷰 도중 핸드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주고 있다. 22살인 함상명은 셀카를 찍을 때가 더욱 표정이 살아 있었다. 군 입대를 위해 짧게 자른 머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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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 상대가 누구인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함상명은 “올림픽이다 보니 모두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첫 경기부터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첫번째 경기 승리는 응원의 힘이었다고 한다. “짧은 기간 준비하다 보니 2~3라운드 들어서는 뒷심 부족을 느꼈는데 응원 소리에 힘입어 펀치가 한 두번 더 나갔다”며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뭔가가 나를 지탱해주는 그런 특별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두번째 16강에서 중국의 장자웨이와 맞붙었다. 장자웨이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긴 선수이지만 리우올림픽에서는 실력이 부쩍 늘어 있었다. 함상명은 “1, 2라운드에서 이미 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3라운드에서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봤고, 결과에도 깨끗히 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상명은 16강 경기가 끝난 뒤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주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진 것은 아쉽지만 확실히 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생각지도 못했는데 100여명의 한국 사람들이 응원해줘서 순간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인기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페이스북 친구 신청이 엄청나게 늘었다. 수많은 메시지와 수많은 댓글에도 놀라고 있다. 입대 전날까지도 인터뷰 요청과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함상명은 지난 25일 군에 입대하면서 오히려 특별했던 한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함상명은 4주 훈련으로 군복무를 대신한다. 함상명은 “군에서는 6시에 기상한다는데 평소에도 5시30분에 일어나 훈련한다. 또 10월7일부터 전국체전이 있어서 군에서도 어느 정도 복싱훈련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22살인 함상명은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4년을 자신의 전성기로 보고 있다. 함상명은 “리우올림픽에서 한번 경험해봤으니 도쿄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금메달을 목표로 4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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