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3 10:54
수정 : 2016.10.17 10:36
[esc]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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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을 안 들어도 되고 누워서도 마실 수 있다는 와잎의 맥주 빨대 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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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갸~ 우리 10월에 제주도 가면 안 돼?”
지난 일요일 저녁, 캠핑을 다녀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거실 바닥에 스며들고 있는데 와잎(와이프)이 살(殺)갑게 말했다. 제주도? 재주도 좋다, 재주도 좋아. 너나 가라 제주도~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평상시 가공할 음주활극을 선보이는 와잎 손에 맥주 캔이 들려 있으니 심기를 건드릴 순 없어 자는 척했다. 집에 쌀은 떨어져도 술은 안 떨어질 정도로 애주하는 와잎이 아니던가.(와잎의 음주신공이 궁금하신 분들은
(웅진지식하우스)를 참조하시길)
와잎은 벌써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제주도로 이주한 친구 놈인 심비홍(별명)네로 놀러 가면 숙박비가 안 든다고 했다. 휴가는 네가 알아서 내라고도 했다. 그만 좀 놀자~. 너 혼자 가면 안 되겠니? 그리고 아직 술시도 안 됐는데 벌써 술판이니?
그러고 보니 와잎은 맥주 캔에 빨대를 꽂아 마시고 있었다. 헐~. 난 내 눈을 의심하며 물었다. “심비홍한테 물어봐야지?(너네 집이니?) 그런데 빨대는 뭐야?(뭔 엽기 시추에이션이냐?)” “야~, 이게 얼마나 편한데~. 누워서도 마실 수 있고 잔을 안 들어도 되고 세상 편해~.” 아주 몸져누워서도 술을 드실 생각이구나~. 다른 세상 갈 때까지 왜 아주 링거로 알코올 주사를 맞지 그러니?
와잎은 득달같이 심비홍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보다 와잎과 음주 케미가 더 맞는 알중(알코올중독자) 심비홍은 언제라도 오라고 난리였다. 한라산 소주에 야무지게 회 한 접시 하자고 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신났구만~. 거실에 똥만 안 쌌지 둘이 술을 마시면 꼭 사건사고가 빚어진 탓에 난 시나브로 괄약근이 쫄깃해졌다.
와잎은 빨대로 맥주를 흡입하며 비행기표는 내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고 했다. 내가 니 빨대니? 아주 쪽쪽 빨아먹는구만. 그나저나 취기의 주부님~, 한라산 소주도 빨대로 마실 건 아니지?
글·사진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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