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일본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11월25일 그가 조직한 다테노카이(방패회) 회원 4명과 함께 도쿄의 육상 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지에 들어가 총감을 인질로 삼은 후 자위대원들에게 “지금 자위대만이 일본의 혼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헌법은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부정한다”며 “헌법 개정을 위해 자위대가 궐기하라”고 호소한 후 할복자살했다. 미시마가 보여준 충격적인 ‘죽음의 의식’을 파악하려면 그의 소설 <금각사> <우국>과 함께 천황 이데올로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미시마의 장편소설 <금각사>에서 주인공 미조구치는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인식”이라는 친구의 말에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행위”라고 반박한다. 미조구치에게 행위의 궁극적 대상은 절대적 미의 응집체인 금각사였다. 그는 자신의 불완전성에 대한 고통을 보상받으려는 욕망 때문에 완전성의 상징인 금각사를 불태운 것이었다. 미시마가 천황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것은 <금각사>를 쓴 이후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 천황은 일본 문화의 정신에 질서를 부여하는 ‘미의 총람자(總攬者)’였다. 천황 이데올로기가 환히 드러나는 단편소설 <우국>은 <금각사>가 출판된 지 5년 후인 1961년에 발표되었다. <우국>의 주인공 다케야마는 수려한 외모를 지닌 황군의 청년 장교로, 그가 결혼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일단의 청년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사흘 만에 진압되는 ‘2·26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반란군에 참여한 친구들 문제로 번민하다가 황군끼리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군도로 할복자살하였고, 그의 부인 레이코도 자신의 은장도로 남편의 뒤를 따랐다. “레이코는 남편이 구현하고 있는 태양처럼 빛나는 대의를 우러러보았고, 그녀의 몸은 남편이 지닌 사상의 어떤 파편과도 안락하게 융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케야마는 아내와 함께 죽음을 결정했을 때 느꼈던 그 환희에 한 치의 불순함도 없었음을 확신했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하다 서로의 눈 속에서 죽음의 올바른 이유를 발견하는 순간 다시금 그들은 누구도 깨트릴 수 없는 철벽에 둘러싸여 타인이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미와 정의로 무장된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이런 환각적 상념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이 소설을 발표하고 9년 후 미시마는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다음 할복자살했고, 그의 자살을 도운 모리타 마사카쓰도 같은 방식으로 미시마의 뒤를 따랐다. 미시마는 자신이 만든 <우국>이라는 극(인식)을 현실 속에서 행위로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우국>에서는 <금각사>에서 느껴지는 서사의 치열성과 관념의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우국>의 인물들이 철저하게 천황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다케야마와 레이코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니라 ‘종이 인형’처럼 감각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격 존재인 천황을 국가와 동일시함으로써 일본을 신국(神國)으로 만든 천황 이데올로기가 물질적으로 응집된 공간이 야스쿠니 신사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사자들을 추도하는 공간이 아니다. 신의 지위로 올라선 전사자들을 추앙하는 공간이다. 천황이 제주(祭主)가 되어 칙어를 통해 전사자의 혼을 신의 자리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아들의 전사에 부모가 기뻐해야 하는 이유는 아들이 자신의 육신을 천황에게 바쳐 천황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보편적 의미까지 해체하여 천황 이데올로기에 복속시켜버리는 신앙적 맹신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천황을 위한 성스러운 전쟁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히틀러 추종자들이 “나치즘이 추구하는 것을 일본은 본능적으로 성취했다”며 “국가 형태와 국가 의식, 종교적 믿음이 혼융된 유일무이한 나라”라고 감탄한 것은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야스쿠니 신앙’ 때문이었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행위를 예사롭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시마는 절대미의 상징인 금각사를 불태웠지만 ‘미의 총람자’로서 절대신의 모습을 한 천황 앞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불태움으로써 천황의 일부가 되는 ‘성스러운 황홀’을 선택했다. 미시마의 죽음을 천황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보면 겨우 이해가 되면서, 동시에 천황 이데올로기에 내장된 가공스러운 ‘전쟁 에너지’에 전율하게 된다.
칼럼 |
[정찬의 세상의 저녁]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과 천황 이데올로기 |
소설가 일본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11월25일 그가 조직한 다테노카이(방패회) 회원 4명과 함께 도쿄의 육상 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지에 들어가 총감을 인질로 삼은 후 자위대원들에게 “지금 자위대만이 일본의 혼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헌법은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부정한다”며 “헌법 개정을 위해 자위대가 궐기하라”고 호소한 후 할복자살했다. 미시마가 보여준 충격적인 ‘죽음의 의식’을 파악하려면 그의 소설 <금각사> <우국>과 함께 천황 이데올로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미시마의 장편소설 <금각사>에서 주인공 미조구치는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인식”이라는 친구의 말에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행위”라고 반박한다. 미조구치에게 행위의 궁극적 대상은 절대적 미의 응집체인 금각사였다. 그는 자신의 불완전성에 대한 고통을 보상받으려는 욕망 때문에 완전성의 상징인 금각사를 불태운 것이었다. 미시마가 천황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것은 <금각사>를 쓴 이후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 천황은 일본 문화의 정신에 질서를 부여하는 ‘미의 총람자(總攬者)’였다. 천황 이데올로기가 환히 드러나는 단편소설 <우국>은 <금각사>가 출판된 지 5년 후인 1961년에 발표되었다. <우국>의 주인공 다케야마는 수려한 외모를 지닌 황군의 청년 장교로, 그가 결혼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일단의 청년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사흘 만에 진압되는 ‘2·26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반란군에 참여한 친구들 문제로 번민하다가 황군끼리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군도로 할복자살하였고, 그의 부인 레이코도 자신의 은장도로 남편의 뒤를 따랐다. “레이코는 남편이 구현하고 있는 태양처럼 빛나는 대의를 우러러보았고, 그녀의 몸은 남편이 지닌 사상의 어떤 파편과도 안락하게 융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케야마는 아내와 함께 죽음을 결정했을 때 느꼈던 그 환희에 한 치의 불순함도 없었음을 확신했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하다 서로의 눈 속에서 죽음의 올바른 이유를 발견하는 순간 다시금 그들은 누구도 깨트릴 수 없는 철벽에 둘러싸여 타인이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미와 정의로 무장된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이런 환각적 상념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이 소설을 발표하고 9년 후 미시마는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다음 할복자살했고, 그의 자살을 도운 모리타 마사카쓰도 같은 방식으로 미시마의 뒤를 따랐다. 미시마는 자신이 만든 <우국>이라는 극(인식)을 현실 속에서 행위로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우국>에서는 <금각사>에서 느껴지는 서사의 치열성과 관념의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우국>의 인물들이 철저하게 천황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다케야마와 레이코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니라 ‘종이 인형’처럼 감각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격 존재인 천황을 국가와 동일시함으로써 일본을 신국(神國)으로 만든 천황 이데올로기가 물질적으로 응집된 공간이 야스쿠니 신사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사자들을 추도하는 공간이 아니다. 신의 지위로 올라선 전사자들을 추앙하는 공간이다. 천황이 제주(祭主)가 되어 칙어를 통해 전사자의 혼을 신의 자리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아들의 전사에 부모가 기뻐해야 하는 이유는 아들이 자신의 육신을 천황에게 바쳐 천황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보편적 의미까지 해체하여 천황 이데올로기에 복속시켜버리는 신앙적 맹신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천황을 위한 성스러운 전쟁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히틀러 추종자들이 “나치즘이 추구하는 것을 일본은 본능적으로 성취했다”며 “국가 형태와 국가 의식, 종교적 믿음이 혼융된 유일무이한 나라”라고 감탄한 것은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야스쿠니 신앙’ 때문이었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행위를 예사롭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시마는 절대미의 상징인 금각사를 불태웠지만 ‘미의 총람자’로서 절대신의 모습을 한 천황 앞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불태움으로써 천황의 일부가 되는 ‘성스러운 황홀’을 선택했다. 미시마의 죽음을 천황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보면 겨우 이해가 되면서, 동시에 천황 이데올로기에 내장된 가공스러운 ‘전쟁 에너지’에 전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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