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4년 전, 박근혜는 대통령직 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선언했다. 맞다,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자는 것이다. 말실수야말로 의식의 방어를 비집고 올라오는 숨길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중차대한 순간의 중차대한 실수는 그 언어의 주인이 처한 상황을 드러낸다. 그래서, 말의 내용과 상관없이 이 행위는 ‘정상적’이다. 개인적인 기대가 포함되었겠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쩌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사태가 생긴다면 이유는 개인 박근혜의 정신적인 파국 때문일 것이라는 짐작과 함께 말이다. 지난여름, 사회적 이슈를 적절하게 다룬 영화 여러 편을 제작한 감독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분석을 시도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려 했었다. 필자는 자문 겸 인터뷰어로 여러 정신분석가와 심리학자를 만나는 일을 도왔다. 결국 영화는 크랭크인도 못하고 엎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두어명의 진보적인, 또는 양심적인 심리학자를 제외하고 우리가 섭외했던 모든 정신분석가들은 인터뷰를 고사하거나 아예 연락 자체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 박근혜에 대한 자료가 너무 없었다. 영애 박근혜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대한늬우스> 수준이었고, 철저하게 정제된 기록 외에는 개인 박근혜의 성장에 대한 기록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철저하게 보호된 인간 박근혜는 그녀를 보호한 그것에 의해 오히려 사로잡혀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사(私)로잡혀 있다. 대통령 후보 박근혜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넘었지만, 이제야 밝혀진 바와 같이, 그녀는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다. 국가와 국민을 제물로 아버지와 자신의 한을 풀려 했다. 사적인 삶이 공적인 국정을 망쳐버린 현장에서 국민들이 목격하는 것은 무너진 인간의 존엄이다. 박근혜는 사(邪)로 잡혔다. 근래 세간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최씨 일가 사람들은 삿되기 그지없다. 그 사람들의 ‘기운’에 개인 박근혜의 ‘혼이 비정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어느 기자의 직설적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반문했던 대통령이야말로 어떤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급기야 지금 대한민국은 최순실에게 완전히 사로잡혀버렸다. 최순실은 또 다른 유병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든다. 세월호의 진실을 가로막으려 유인용으로 쓰였던 그 사람처럼, 최순실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것은 아닌가? 문제의 본질은 박근혜다. 박근혜에게 묻는다. 지난 4년간 한 번도 대통령인 적이 없었던 당신이 이제라도 대통령이 되어줄 생각은 없는가? 당신이 하야하는 그 순간, 당신은 처음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지난 4년간 한순간도 대통령을 가져보지 못한 한국 국민을 위해 한 번은 대통령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정신적으로 ‘하야’해버린, 박근혜라는 인물에게 사로잡혔던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정신은, 복구될 수 있을까? 정책도 사상도 철학도 없는 후보에게 사로잡혔던 우리는 이제 또 다르게 우리를 사로잡을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를 책임질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타인에게 자신을 맡겨버린 사람의 말로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칼럼 |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사로잡힌 자들! |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4년 전, 박근혜는 대통령직 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선언했다. 맞다,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자는 것이다. 말실수야말로 의식의 방어를 비집고 올라오는 숨길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중차대한 순간의 중차대한 실수는 그 언어의 주인이 처한 상황을 드러낸다. 그래서, 말의 내용과 상관없이 이 행위는 ‘정상적’이다. 개인적인 기대가 포함되었겠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쩌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사태가 생긴다면 이유는 개인 박근혜의 정신적인 파국 때문일 것이라는 짐작과 함께 말이다. 지난여름, 사회적 이슈를 적절하게 다룬 영화 여러 편을 제작한 감독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분석을 시도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려 했었다. 필자는 자문 겸 인터뷰어로 여러 정신분석가와 심리학자를 만나는 일을 도왔다. 결국 영화는 크랭크인도 못하고 엎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두어명의 진보적인, 또는 양심적인 심리학자를 제외하고 우리가 섭외했던 모든 정신분석가들은 인터뷰를 고사하거나 아예 연락 자체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 박근혜에 대한 자료가 너무 없었다. 영애 박근혜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대한늬우스> 수준이었고, 철저하게 정제된 기록 외에는 개인 박근혜의 성장에 대한 기록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철저하게 보호된 인간 박근혜는 그녀를 보호한 그것에 의해 오히려 사로잡혀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사(私)로잡혀 있다. 대통령 후보 박근혜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넘었지만, 이제야 밝혀진 바와 같이, 그녀는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다. 국가와 국민을 제물로 아버지와 자신의 한을 풀려 했다. 사적인 삶이 공적인 국정을 망쳐버린 현장에서 국민들이 목격하는 것은 무너진 인간의 존엄이다. 박근혜는 사(邪)로 잡혔다. 근래 세간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최씨 일가 사람들은 삿되기 그지없다. 그 사람들의 ‘기운’에 개인 박근혜의 ‘혼이 비정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어느 기자의 직설적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반문했던 대통령이야말로 어떤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급기야 지금 대한민국은 최순실에게 완전히 사로잡혀버렸다. 최순실은 또 다른 유병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든다. 세월호의 진실을 가로막으려 유인용으로 쓰였던 그 사람처럼, 최순실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것은 아닌가? 문제의 본질은 박근혜다. 박근혜에게 묻는다. 지난 4년간 한 번도 대통령인 적이 없었던 당신이 이제라도 대통령이 되어줄 생각은 없는가? 당신이 하야하는 그 순간, 당신은 처음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지난 4년간 한순간도 대통령을 가져보지 못한 한국 국민을 위해 한 번은 대통령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정신적으로 ‘하야’해버린, 박근혜라는 인물에게 사로잡혔던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정신은, 복구될 수 있을까? 정책도 사상도 철학도 없는 후보에게 사로잡혔던 우리는 이제 또 다르게 우리를 사로잡을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를 책임질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타인에게 자신을 맡겨버린 사람의 말로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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