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8 19:17
수정 : 2016.07.28 19:23
책거리
‘꼰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명사입니다. ‘1.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2.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아이들이 선생님을 ‘꼰대’라고 부르면 타일러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아예 사전에 버젓이 이 낱말이 올라 있다니!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안창현 기자가 어린이·청소년면에 소개한 책 <말한다는 것>(연규동 글, 이지희 그림, 너머학교)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은어’는 특정 부류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주기도 하고, 적절하게 쓰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니까요.
선임기자인 한승동 선배가 얼마 전 일본 도쿄의 유서깊은 책거리 진보초에서 ‘전설의 책방지기’ 시바타 신 이와나미 북센터 회장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책방은 일본 지성의 상징인 인문 출판사 ‘이와나미서점’을 낳은 곳이라고 합니다. 시바타 회장은 86살 나이에도 서점에 정시 출퇴근하는 ‘현역’입니다. 매년 저자 사인을 담은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진보초 북 페스티벌’을 진두지휘해왔고,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는답니다. 지금 이와나미 북센터의 대표이사는 20여년 전 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인데, 오직 능력과 성실성만 보고 시바타 회장이 ‘발탁’했다 합니다. 그가 일본 젊은 출판·서점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랜 세월 곰삭힌 지혜에서 나온 그의 따뜻한 충고와 격려를 읽자니, 일본의 책쟁이들은 참 좋은 어른을 모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사정이 어떨까요? 혹시, ‘꼰대’는 많지만 ‘어른’은 잘 안 보이는, 그런 걸까요? 하긴, 지금 어른을 찾을 때가 아니지요. 어느 선배가 말씀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너도 곧 꼰대 된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