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12 18:46
수정 : 2017.01.13 14:28
책거리
작년 한해 다들 힘들었던 건가요. 더 늙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면 어떨까, 고민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누구 좋으라고요! 말리고 싶지만, 마음만은 100% 이해합니다.
신간 <퇴사하겠습니다>(김미형 옮김, 엘리 펴냄)를 슬쩍 끌어 당겨 읽어봅니다. 사실, 신문사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너무 실감난다면서 말이지요. 지은이 이나가키 에미코는 1987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했다가 작년에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그가 다닌 신문사는 과거 ‘일본의 양심’으로 불렸고 한번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곳이라나요. 그런 직장에 30년이나 다니다가 갑자기 ‘혼자 사는 무직의 늙은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겁니다. 계기는 너무 한심하게도, 뽀글뽀글한 ‘아프로 헤어’를 한 것 때문이었다는데…. 머리를 ‘볶은’ 뒤 가는 곳마다 환영받으며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어쩌면 퇴사도 나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는 거죠.
실제 그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하시죠. 다만 짐작하다시피, 고난의 연속이었다는 것 정도만 슬쩍 흘려드리겠습니다. 퇴직 뒤 회사 지원이 딱 끊긴 상태에서 실업급여, 건강보험, 연금 등을 챙기는 일이 보통 아니었다는데요. 회사원이 아니면 인간 취급하지 않는 ‘회사 사회’를 절감했다는 거죠. 은행에서 직장명이며 직위를 확인하는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직장을 그만두고도 멈추지 않는 자신감과 유머 감각인데요. 이번 ‘책과 생각’에서도 은근 ‘자신감’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을의 민주주의’를 구상할 때도, 빈곤 타파를 꿈꿀 때도 필요한 것일 테니 말이죠. 힘이 안 나신다고요? 뽀글뽀글 ‘아프로 헤어’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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