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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0 18:50 수정 : 2017.07.20 19:17

책거리

오래전 배운 명상법 가운데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 건, 병원에 갔을 때 다른 환자들이 나보다 먼저 나을 수 있도록 쾌유를 빌어주라는 것입니다. 가장 아픈 건 나인데,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삶과 죽음, 환자와 병원에 대한 책들이 나왔습니다. <아픈 몸을 살다>(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봄날의책)는 심장마비와 암을 겪은 환자이자 의료사회학자로서 지은이가 경험하고 관찰한 질병 이야기를 적은 것이고 <지독한 하루>(남궁인 지음, 문학동네)는 삶의 위기를 만나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을 치료해온 의사의 기록입니다.

지은이들의 위치가 다른 만큼 내용도 차이가 납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은 차갑습니다.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을 통째로 외면하고 병에 걸린 몸만 수치화·계량화하는 의료진을 보면서 아픈 사람은 무릎 꺾이는 좌절과 소외감을 느낍니다. 반면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의 폭언과 난동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지만 병원 내 폭력에 관한 인식이 제자리걸음이라며 개탄하기도 하죠.

하지만 둘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인간은 깊은 절망을 겪으면서 삶의 유한성을 깨닫고 비로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아프고 절박하다며 남의 고통을 돌아보지 않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지만 누구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얘기죠. 그렇다고 부당한 일까지 무조건 참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 아닐 겁니다. 아픔을 치유하려면 때론 폭력과 불통에 맞선 저항과 비판도 잇따라야 할 테니까요. 유발 하라리의 명상 스승 고엔카의 가르침을 담은 <고엔카의 윗빳사나 명상>(윌리엄 하트 지음, 담마코리아 옮김, 김영사)도 이 점을 강조합니다. 무장한 권력 앞에선 때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맨주먹의 용기와 현실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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