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2 18:04
수정 : 2018.07.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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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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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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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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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삼성전자의 최저가는 506원(액면분할 기준)이었다. 지난해 말에 5만7000원까지 상승했으니 26년 만에 주가가 110배 넘게 오른 셈이다.
상승은 다섯 번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1, 2차 상승은 반도체가 주역이었다. 아이티(IT) 신제품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자 이익이 급증했다. 하락은 반대였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제품 가격이 떨어지자 이익이 급감했다. 주가는 반도체 가격만큼 바쁘게 움직였다. 주가가 1년 반 동안 380% 오르고 9개월 동안 72% 떨어질 정도로 변동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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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차 상승은 휴대폰이 주역이었다. 반도체는 제품 가격 변동이 컸지만 휴대폰은 수급과 제품 가격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 변화가 크지 않다. 주가도 비슷했다. 3, 4차 상승 모두 2년 반 동안 계속됐지만 상승률은 150%도 되지 않았다. 상승 기간이 반도체의 2배인 반면 폭은 절반에 불과했다. 하락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고점에서 30% 정도 내려오는데 반도체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16년부터 시작된 5차 상승은 반도체가 주역이다. 지금까지 2년 이상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주가상승률이 최고 160%를 기록했다. 똑같은 반도체 호황이지만 이번은 여러 면에서 과거보다 못하다. 우선 동력이 약하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정확한 동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서버 수요 증가에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신규 수요 창출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호황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그 영향으로 제품 가격상승률 역시 과거 호황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분기에 비해 각각 4.2%와 5.4% 줄었다. 더 큰 문제는 부문별 실적이다. 2분기에 반도체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로 높아졌다.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삼성전자의 이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스마트폰 품질이 좋아진 걸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현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 것 같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2분기 상장사 전체 이익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징조는 1분기에 이미 나타났다. 1분기 제조업체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2% 늘었지만 반도체 2개사를 제외하면 오히려 8.3% 줄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기록해 두 종목 합계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수 기업의 실적 둔화가 이미 가시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반도체가 꺾일 경우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해 질 것이다. 최근 주가 하락이 무역분쟁 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시장은 실적을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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