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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9 18:25 수정 : 2016.11.09 20:12

김석
전 순천시의원

이상했다. 대면보고도 받지 않고, 텔레비전에 나와서는 야당과 국민을 겁박하고 호통쳤다. 봉건시대를 사는 사람 같았다. 박근혜 정권 내내 ‘설마 그렇게 결정하겠어?’라는 국민의 기대는 항상 무너졌다. 어떻게 대통령이 저럴 수 있냐며 탄식했지만 한편 그냥 빨리 임기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가정보원의 국기문란, 개성공단 폐쇄, 기만적인 위안부 합의,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무력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테러방지법 강행 통과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되었다. 4·13 총선 패배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어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변함이 없었다. 빠져나올 수 없는 터널 속에 대한민국이 갇혀버린 것 같았다.

이해됐다. 국정 문외한과 상의하고 결정하여 비선들과 함께 국정을 농단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대통령이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올해 초 봤던 영화 <내부자들>의 현실 버전을 온 국민이 시청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국가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공화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통치 체제가 무너져버렸다.

하늘 위의 하늘 같은 존재인 국민들이 이제 어둡고 긴 장막을 광장에서 걷어내고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는 거대한 촛불행진을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촛불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남도 끝자락 순천에서도 시작했다. 11월3일 누군가의 문자를 통해 날아든 촛불집회 소식에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 백남기 농민의 분향소 앞은 사람들로 차고 넘쳤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건널목을 건너는 학생들, 아빠의 목에 올라탄 아이와 가족, 뾰족구두에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 오토바이 배달을 마치고 온 청년들, 파이프 담배를 물고 떨리는 손으로 악수하던 노교수, 농민들, 노동자들, 청년들, 선생님들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작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어림잡아 천명은 넘어 보였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가장 많은 시민의 참여였고 행진이 시작되자 더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다. 거리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은 더 불어났다. 자유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린 여학생과 청소년들이 시민들의 마음을 붙들었고, 관성에 젖은 논객 정치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는 바람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순천 시민들은 이를 더 꽉 깨물고 이번 행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참가자 누군가는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다고 했다. 지금 이 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흐려질까 두렵고, 변질되어 잊힐까 두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금 촛불은 미래 세대들의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계속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11월10일 순천은 저녁 7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2차 촛불행진을 이어간다. 촛불집회를 안내하는 방송차량이 골목 곳곳을 누비고 있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 문자와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파도를 타고 있다. 10일은 순천 및 전국 곳곳 지방에서 평화의 촛불을 들고 11월12일 중앙으로 진출하여 서울광장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숭고한 헌법 정신과 준엄한 주권자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촛불평화행진을 이어가자.

지방이 중앙에게 요구한다. 국정농단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대통령 하야가 국민의 뜻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명명백백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고 해명과 사과는 나중이다. 이를 위해서 광장과 국회가 분리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보호하지 못한 국민을 위해 국회가 제대로 주권자의 뜻대로 일해주길 기대한다. 광장에 주권자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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