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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2 16:59 수정 : 2019.07.14 19:48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뒤늦게 아미에 입대한 나는 역순으로 방탄소년단(비티에스)의 노래를 들었다. ‘아이돌’을 듣고 ‘가짜 사랑’(Fake Love)에 빠졌다가, 방탄 ‘디엔에이’(DNA)를 발견하고 ‘피 땀 눈물’을 흘리며 ‘불타올라’버린 식이다. “우리의 만남은 수학의 공식이자 종교의 율법이고 우주의 섭리”랄까. 비록 나는 거꾸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지만 방탄소년단은 마치 한 소년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듯한 테마로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큰 그림을 그렸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데뷔 싱글부터 첫번째, 두번째 미니 음반은 보통 학교 3부작이라고 불린다. 다른 아이돌 그룹의 데뷔 시절과 비슷하게 10대들의 꿈과 사랑 등을 이야기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멤버들 모두 나이가 어리고 대부분 아직 학생이었다. 슈가와 아르엠(RM)이 필자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사실은 절대 비밀이 아니고 자랑이다.

<화양연화> 1, 2편을 발표하면서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님을 드러냈다. 그룹 이름이 그게 뭐냐며 비웃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른바 청춘 2부작으로 불리는데 무려 영화 <화양연화>에서 제목을 따왔다. 그다음 음반인 <윙스>는 헤르만 헤세의 고전 <데미안>에서 주제의식을 빌렸다고 방시혁 대표가 밝히기도 했다. 참고로 그는 미학을 전공했는데 역시 전공은 못 속인다. 이후에도 문학과 영화, 철학서적에서 인용한 제목이나 가사가 계속 등장한다. 그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고, <화양연화> 활동 시기의 노래들을 보면 이제 막 성년으로 자라나는 소년들의 자의식이 가사 곳곳에 보인다. ‘쩔어’의 가사를 보자.

‘밤새 일했지 에브리데이 / 네가 클럽에서 놀 때

쩔어 쩔어 쩔어 우리 연습실 땀내 / 쩌렁 쩌렁 쩌렁한 내 춤이 답해’

기성세대를 향한 외침도 빼놓지 않는다 . 역시 ‘쩔어 ’의 가사 중 일부 .

‘3포 세대 5포 세대 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왜 해 보기도 전에 죽여 걔넨 에너미

왜 벌써부터 고개를 숙여 받아 에너지

(중략 )

잠든 청춘을 깨워’

청춘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이 시기의 노래들은 청춘의 리듬을 닮았다. 코러스는 과격하고 리드 악기의 멜로디도 자신감 넘친다.

자, 이제 성장이 끝났으니 날아오를 시간이다.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도약한 <화양연화> 시즌을 마친 방탄소년단은 정규 2집 <윙스>를 발표하며 무대를 세계로 넓혔다. 타이틀 곡 ‘피 땀 눈물’은 분명히 어른의 노래였고 가요의 색채를 지우고 주류 팝의 요소들을 전격 차용한 주류 팝이었다. 슬금슬금 아미에 합류하던 외국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도 이때다. 이후 ‘봄날’, ‘낫 투데이’ 등의 명곡 퍼레이드를 이어간다.

제목 그대로 세계를 향해 날아오른 <윙스> 시즌 이후 방탄소년단은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의미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음반을 발표한다. 타이틀 곡 ‘디엔에이’와 ‘마이크드롭’은 그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다. ‘디엔에이’의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무려 7억뷰를 넘게 기록하면서 해외 팬들의 유입을 폭증시킨 일등공신이다. ‘마이크드롭’은 세계적인 디제이 ‘스티브 아오키’와 협업을 이루어내면서 이후 펼쳐지는 해외아티스트들 피처링의 포문을 연다. 그 외에도 이 음반의 성과는 이 지면으로 다 소개하지 못할 정도. 빌보드 메인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영미권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전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을 매진시켰다. 팝시장의 끝판왕 반열에 올랐음을 확인받은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 곡 ‘아이돌’에서 정상에 오른 소회를 전한다.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아티스트이자 아이돌로서의 존재감을 감추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 전통 국악까지 선보이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노래에서 “지화자 좋다!”는 추임새를 듣게 될 줄이야. 비현실적이다. 몇 년 전에 누가 이 순간을 예언했다면 난 비웃었을 것이다. 이 노래의 제목은 ‘아이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돌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선 방탄소년단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의 감동적인 공연 영상은 너무나 많다. 1억뷰를 훌쩍 넘은 영상도 10편이 넘는다. 커다란 덩치의 백인 흑인 남자들이 감동의 눈물을 뚝뚝 흘리는 리액션 영상도 수두룩하고. 그중에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2018년 멜론뮤직 어워드에서 선보인 ‘아이돌’ 무대를 추천한다. 정말이지… 필자의 일천한 문장력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어 안타깝다. 꼭 보시길. 다 필요 없고 빨리 입덕하고 싶다면 ‘정국 복근 리액션’ 영상을 조심스럽게 내밀어 본다.

지금까지 세 편의 칼럼으로 방탄소년단을 이야기했고 이제 마지막 편이 남았다. 눈치 빠른 분들은 내용을 예상하실 수 있겠지.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다.

에스비에스 피디 · 정치쇼 진행자
이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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