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경의 과학 읽기
매튜 D. 리버먼 지음, 최호영 옮김/시공사(2015)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말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고 톨스토이가 말했다. “너 없이는 살 수 없거든.”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지만 지금껏 철학, 문학, 예술에서 이보다 인간의 본성을 한 마디로 압축한 말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인간이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얼마나 사회적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과학이 설명하는 인간의 사회성은 우리가 짐작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의 마음은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갈구하며, 잠시도 쉬지 않고 누군가를 생각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만든 것은 수백만년 동안 진화해 온 뇌의 구조와 작용에 있다. 그래서 인간의 뇌를 ‘사회적인 뇌’라고 부른다. 우리는 뼛속까지, 뇌 속 신경망까지 사회적인 존재다. <사회적 뇌>를 쓴 매튜 리버먼은 ‘사회인지 신경과학’(social cognitive neuroscience)이라는 새로운 과학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한 실험 결과를 통해 놀라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당신이 이별의 상처로 명치끝이 타들어가는 듯이 아팠다면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다. 신체가 느끼는 고통과 마음이 느끼는 고통이 우리의 뇌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예컨대 ‘막대기와 돌멩이는 내 뼈를 부러뜨릴 수 있지만 험담은 결코 나를 해치지 못한다’는 격언은 틀린 말이다. 험담은 막대기와 돌멩이가 뼈를 부러뜨리는 것처럼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반면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력은 따뜻한 정도를 넘어선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리는 힘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허기진 배를 채우고 원기를 북돋우는 것과 매한가지다. 우리 뇌의 보상체계는 그렇게 활성화된다. 매튜 리버먼은 이 책에서 “공정함은 초콜릿처럼 달콤하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호의와 존중, 공정한 대우에 뇌는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에서 진화했다. 그 증거가 뇌에 있는 ‘거울 신경세포’다. ‘나는 당신의 고통을 느끼고 있어요’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나의 뇌는 당신이 처한 고통을 거울에 비추듯 생생히 상상할 수 있다. 칼에 손이 베이는 것을 보는 순간, 나의 ‘손이 베이는’ 신경세포들과 당신의 ‘손이 베이는’ 신경세포들이 똑같이 반응한다. 이렇게 인간은 말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매튜 리버먼은 거울 신경세포를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공유되는, 최초의 소셜미디어로 비유한다. 살아있는 동안 작동이 멈추지 않은 소셜미디어를 장착한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비춰본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뇌는 내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를 거울로 보는 것 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 말이다. 이 때에도 우리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살핀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이 곧 자의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사회적이다.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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