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경의 과학 읽기]
송민령 지음/동아시아 (2017) 세상 일에 인간의 마음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뇌가 인간의 마음을 만든다고 하니, 뇌과학의 적용범위도 무궁무진하다. 이미 뇌의 신경 돌기는 법, 경제, 교육, 철학, 건축, 윤리 등 사회 곳곳에 뻗어나왔다. 신경법, 신경경제, 신경교육, 신경철학, 신경건축, 신경윤리 등으로 말이다. 이렇게 뇌과학은 여러 분야와 얽혀서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뇌과학을 모르는 이들은 어디서부터 뇌과학을 공부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간다. 국내 신진 연구자가 쓴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는 뇌과학이 어떻게 연구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나와 연결된 지식’이다. 수많은 뇌과학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송민령의 책만큼 진솔하고 절실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책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뇌과학자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에 자부심을 갖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뇌과학 연구는 나의 문제이고 나의 삶입니다.” “더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 시민과 소통하길 원합니다.” 알파고 이후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적 인기가 자칫하다 잘못된 지식을 퍼트리고 사회적인 부작용과 오용을 낳을 수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에는 유독 ‘이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뇌과학이 나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이 이런 존재일 때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기를 바란다.” 이처럼 저자가 ‘이해’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이해’는 모든 것을 바꾸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을 보는 대로 세상을 만들어간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수준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바뀐다는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이 무엇인지 가르치려 하기보다,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시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뇌과학을 모르는 사람들을 더 설득한다. 왜 인공지능이 나오게 된 것일까? 왜 뇌과학에서 ‘자유의지’와 ‘자아’가 중요한 논쟁점일까? 뇌과학은 왜 우리의 통념과 다른 ‘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런 근원적인 의문이 풀리다 보면 뇌과학의 핵심적인 논리와 사회적 중요성이 가슴에 와 닿는다. 송민령은 자신이 어디에 발 딛고 서 있는지를 아는 과학자다. ‘자유의지의 존재’와 ‘과학용어의 번역’을 말할 때는 특유의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관점이 돋보인다. “우리에게 과학은 아직 수입된 학문이다.” “중요하다고 하는 자유 의지 문제는 서구의 맥락과 인식틀에서 생겨난 ‘그들’의 문제였다.” 자유의지는 우리와 문화적 토양이 다른, 서구의 기독교 문화에서 나온 개념이다. 굳이 우리 사회에서 깊이있게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히려 한국의 과학계가 할 일은 시민과 소통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송민령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맥락에서 새로운 과학의 그림을 그리자고 당당히 말한다. 한국의 열악한 연구환경에서 끊임없이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는 더 나은 과학과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특별한 곳이다.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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