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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8 19:42 수정 : 2018.06.28 20:38

[책과 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지음, 고은미·김잔디 옮김/바다출판사(2018)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공감은 생물학적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고, 오직 뇌에서 이러한 일을 해내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 연구팀은 ‘거울뉴런’을 발견했다. 원숭이의 뇌에는 다른 개체의 행동과 정서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신경세포가 있었다. 과학자뿐만 아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우리가 타인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물리적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거울뉴런은 공감뉴런으로 불리며 ‘공감의 시대’의 주역이 되었다. 인간은 거울뉴런 덕분에 공감능력을 키워서 오늘날 문명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거울뉴런에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찾으려는 해석이 쏟아져 나오는데, 실상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거울뉴런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신경세포를 직접 실험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대부분 연구가 원숭이에게 의존하는 한계가 있었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를 쓴 크리스티안 케이서스는 거울뉴런을 발견한 파르마 대학 연구팀의 일원이었다. 그는 1990년대 이후에 20여년 동안 진행된 새로운 실험을 이 책에서 적극 소개하고 있다. 인간의 뇌에도 거울뉴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거울뉴런의 신경과학이 이제 겨우 밝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사실 거울뉴런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이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나 남용은 경계되어야 한다. 저자 케이서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경과학의 목표는 우리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직관과 정서를 지배하는 힘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느끼고 싶어하는 것의 약점과 강점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공감하는가? 타인을 이해하는 작동원리가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은 거울뉴런의 메커니즘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행동을 관찰할 때 거울뉴런은 관찰하는 시각피질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운동피질까지 활성화된다. 우리는 보기만 했는데 우리 뇌는 이미 행동하는 척하는 것이다. 초콜릿 먹는 것을 보는데 초콜릿 맛을 느끼는 것과 같다.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에 반응하는 뇌의 시각영역에서 흥분성 신호를 받는다. 이 연결을 통해 시각 언어가 자신의 행동에 관한 운동 언어로 번역되는 원리로 작동된다.

“우리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근거로 타인의 행동을 예측한다.” 인간의 공감이란 내 경험을 통해 너를 이해하는 것이다. 초콜릿을 먹어본 적 없다면 초콜릿 먹는 것을 보아도 그 맛이 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경험이 많을수록 더 잘 이해한다.”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두뇌는 다를 수 있다.” “거울뉴런은 삶을 통해 변화한다.” 또한 자기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그 사람이 되어봐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만 미러링한다.”

공감은 개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트리는 작업이다. 타인의 고통을 보는 순간, 그 일부는 내 것이 된다. 개인에 따라 공감의 차이도 크다. 당신은 얼마나 공감적인 사람인가? 따뜻한 눈물 한 방울에 당신의 삶이 들어있다.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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