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표 지음/위즈덤하우스(2018) 11월은 수능의 달이다. 떨어지는 낙엽에 아픈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다면 수능도 한 몫 했으리라. 대학입시에 매진하는 동안 우리는 세상에 답 있는 문제만 있는 줄 안다. 내가 고등학교 강연에서 중력이 불가사의한 힘이라고 말하면 학생들이 깜짝 놀란다. 무슨 문화충격이나 받은 것처럼 “중력은 뉴턴이 다 밝힌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얘들아, 세상에는 아직 모르는 문제가 훨씬 많단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지혜를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너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라, 너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라는 뜻이다. 모르는 것을 알려면 질문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질문하지 않는다. 정답을 맞히는 문제풀이에 매달리느라 질문하는 방법조차 잊었다. 우리 사회야말로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을 쓴 김홍표는 강연장에서 무조건 질문을 던지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책도 질문으로 시작한다. “적혈구에는 왜 핵이 없을까? 이른바 생물학을 십수 년이나 공부한 나도 나이 40이 넘도록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학교 교육을 비교적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어디에서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여전히 지식을 습득하기에 바빴고 ‘질문’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아마 내가 본격적으로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 계기는 교과서나 논문이 아니라 일반 교양서를 통해서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김홍표는 이 책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업적을 소개한다. 센트죄르지, 홉킨스, 란트슈타이너 등이 나오는데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노벨상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장 먼저 의문을 품고 질문한 과학자였다. ‘무엇이 저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저 방법 말고는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이런 의심과 질문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습관처럼 반복된 질문이 특별한 결과, 과학기술의 혁신과 노벨상을 가져왔다.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은 우리에게 친근한 비타민, 콜레스테롤, 혈액형 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설명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맨 처음에 질문했던 “적혈구에는 왜 핵이 없을까?”가 책 한 권에 걸쳐 계속 나오고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생화학, 진화론을 넘나들면서 질문을 쏟아내고 답을 찾아간다. 적혈구에서 산소, 호흡,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양성자, 열역학, 생명으로 과학적 주제가 종횡무진한다. 학교 교육과 교과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산만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질문하는 과학책이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질문을 못하게 되었을까?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한국의 사회문화와 교육제도로 돌아왔다. 무엇이 우리의 호기심을 억누르고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지, 그것부터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의 목표는 노벨상이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에 있다. 과학은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모른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답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 마라.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원한다면 의심하고 질문하라. 정인경 과학저술가
책 |
질문은 답보다 심오하다 |
[책과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
김홍표 지음/위즈덤하우스(2018) 11월은 수능의 달이다. 떨어지는 낙엽에 아픈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다면 수능도 한 몫 했으리라. 대학입시에 매진하는 동안 우리는 세상에 답 있는 문제만 있는 줄 안다. 내가 고등학교 강연에서 중력이 불가사의한 힘이라고 말하면 학생들이 깜짝 놀란다. 무슨 문화충격이나 받은 것처럼 “중력은 뉴턴이 다 밝힌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얘들아, 세상에는 아직 모르는 문제가 훨씬 많단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지혜를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너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라, 너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라는 뜻이다. 모르는 것을 알려면 질문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질문하지 않는다. 정답을 맞히는 문제풀이에 매달리느라 질문하는 방법조차 잊었다. 우리 사회야말로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을 쓴 김홍표는 강연장에서 무조건 질문을 던지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책도 질문으로 시작한다. “적혈구에는 왜 핵이 없을까? 이른바 생물학을 십수 년이나 공부한 나도 나이 40이 넘도록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학교 교육을 비교적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어디에서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여전히 지식을 습득하기에 바빴고 ‘질문’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아마 내가 본격적으로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 계기는 교과서나 논문이 아니라 일반 교양서를 통해서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김홍표는 이 책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업적을 소개한다. 센트죄르지, 홉킨스, 란트슈타이너 등이 나오는데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노벨상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장 먼저 의문을 품고 질문한 과학자였다. ‘무엇이 저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저 방법 말고는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이런 의심과 질문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습관처럼 반복된 질문이 특별한 결과, 과학기술의 혁신과 노벨상을 가져왔다.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은 우리에게 친근한 비타민, 콜레스테롤, 혈액형 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설명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맨 처음에 질문했던 “적혈구에는 왜 핵이 없을까?”가 책 한 권에 걸쳐 계속 나오고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생화학, 진화론을 넘나들면서 질문을 쏟아내고 답을 찾아간다. 적혈구에서 산소, 호흡,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양성자, 열역학, 생명으로 과학적 주제가 종횡무진한다. 학교 교육과 교과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산만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질문하는 과학책이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질문을 못하게 되었을까?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한국의 사회문화와 교육제도로 돌아왔다. 무엇이 우리의 호기심을 억누르고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지, 그것부터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의 목표는 노벨상이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에 있다. 과학은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모른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답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 마라.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원한다면 의심하고 질문하라. 정인경 과학저술가
김홍표 지음/위즈덤하우스(2018) 11월은 수능의 달이다. 떨어지는 낙엽에 아픈 사연 하나쯤 간직하고 있다면 수능도 한 몫 했으리라. 대학입시에 매진하는 동안 우리는 세상에 답 있는 문제만 있는 줄 안다. 내가 고등학교 강연에서 중력이 불가사의한 힘이라고 말하면 학생들이 깜짝 놀란다. 무슨 문화충격이나 받은 것처럼 “중력은 뉴턴이 다 밝힌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얘들아, 세상에는 아직 모르는 문제가 훨씬 많단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지혜를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너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라, 너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라는 뜻이다. 모르는 것을 알려면 질문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질문하지 않는다. 정답을 맞히는 문제풀이에 매달리느라 질문하는 방법조차 잊었다. 우리 사회야말로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을 쓴 김홍표는 강연장에서 무조건 질문을 던지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책도 질문으로 시작한다. “적혈구에는 왜 핵이 없을까? 이른바 생물학을 십수 년이나 공부한 나도 나이 40이 넘도록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학교 교육을 비교적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어디에서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여전히 지식을 습득하기에 바빴고 ‘질문’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아마 내가 본격적으로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 계기는 교과서나 논문이 아니라 일반 교양서를 통해서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김홍표는 이 책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업적을 소개한다. 센트죄르지, 홉킨스, 란트슈타이너 등이 나오는데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노벨상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장 먼저 의문을 품고 질문한 과학자였다. ‘무엇이 저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저 방법 말고는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이런 의심과 질문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습관처럼 반복된 질문이 특별한 결과, 과학기술의 혁신과 노벨상을 가져왔다.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은 우리에게 친근한 비타민, 콜레스테롤, 혈액형 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설명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맨 처음에 질문했던 “적혈구에는 왜 핵이 없을까?”가 책 한 권에 걸쳐 계속 나오고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생화학, 진화론을 넘나들면서 질문을 쏟아내고 답을 찾아간다. 적혈구에서 산소, 호흡,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양성자, 열역학, 생명으로 과학적 주제가 종횡무진한다. 학교 교육과 교과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산만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질문하는 과학책이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질문을 못하게 되었을까?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한국의 사회문화와 교육제도로 돌아왔다. 무엇이 우리의 호기심을 억누르고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지, 그것부터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의 목표는 노벨상이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에 있다. 과학은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모른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답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 마라.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원한다면 의심하고 질문하라.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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