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바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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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낚시바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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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에이도스(2017) 우리는 물고기를 다양한 곳에서 만난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아쿠아리움에서, 과학관이나 자연사 박물관의 화석으로,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미술관의 그림으로, 낚시터와 수산시장, 식탁 위에서 마주한다. 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물고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들어 물고기를 탐구하는 과학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생물학, 동물행동학, 사회생물학, 신경생물학, 생태학의 발달 덕분에 물고기의 세상을 활자와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책이라는 매체는 살아 있는 물고기를 묘사하기에 부족할 것 같지만 오히려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물고기의 내밀한 사생활을 파헤치고 인간과 물고기의 관계를 추적한다. 닐 슈빈의 <내 안의 물고기>와 한스 테비슨의 <걷는 고래>는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과 물고기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 알려준다. 정말 ‘내 안에 물고기가 있었다.’ 인간의 뇌 신경은 상어의 머리에서, 인간의 팔다리는 물고기의 사지에서 진화했음이 뚜렷이 보였다. 특히 턱을 가진 물고기의 얼굴과 눈, 코, 입, 귀 등의 감각기관은 인간의 것과 유사했다. 물고기가 인간처럼 뇌를 이용해서 생존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고기는 인간에게 ‘차가운 피를 가진 사촌’ 정도 되었다. 뇌와 감각기관으로 연구가 확장되자, 물고기의 느낌, 생각, 사회생활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조너선 밸컴의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이러한 과학적 연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물고기를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시작부터 파격적이다. 물고기가 냉혈동물이고, 열등하고 감각이 없다는 우리의 생각은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이었다. ‘물고기도 느낄 것 다 느끼고 알 것 다 안다.’ 물고기와 우리가 ‘노는 물’이 달라서 소통을 못 했을 뿐이지, 물고기가 자기 생각이나 감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물고기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의식과 인지능력이 있는 개체로서 다른 개체를 인식할 수 있다. 돌멩이를 이용해서 조개껍데기를 깨는 등 도구를 사용한다. 도피 경로를 기억하고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아쿠아리움에 가서 보면 물고기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루퍼와 곰치는 신호와 몸짓으로 소통하고 먹잇감을 잡기 위해 협동사냥을 한다.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은 지느러미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이쯤 되면 물고기가 못하는 것이 뭐가 있는지 찾아봐야 할 정도다. 조너선 밸컴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첫째, 물고기는 사물(thing)이 아니라 존재(being)이며, 단순하게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생활을 영위한다. 둘째, 물고기는 개성을 갖고 있으며 관계를 형성하는 개체다. 셋째, 물고기는 계획과 학습, 인식과 혁신, 책략과 회유를 하며 쾌락·공포·장난·통증 그리고 즐거움을 경험한다.” 정신이 번쩍 날 만큼 놀라운 사실이다. 지금껏 우리는 물고기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니 의식과 지각이 있는 생명체이며 고도의 사회성을 지녔다는 것을 몰랐다. 마냥 쓰다가 버리는 물건처럼 취급했다는 것에 반성이 몰려온다. 책 제목이 ‘물고기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아닐까? 과학적 사실은 올바르며 좋은 삶을 안내한다. 물고기의 고통에 공감을, 그리고 재미 삼아 하는 무분별한 낚시는 이제 그만! 정인경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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