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김성훈 옮김/웅진지식하우스(2019) 아이들은 10대의 나이를 통과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낯선 아이가 되어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아니, 생각이 있는 거야?’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한탄이 절로 나오는데 얘들은 무슨 작정이나 한 듯이 속을 뒤집는다. 이럴 때 부모는 속수무책으로 ‘사춘기’와 ‘중2병’이 지나가길 바란다. 10대 아이들의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왜 갑자기 아이가 돌변한 것일까? <10대의 뇌>를 쓴 프랜시스 젠슨은 아이들의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다. 사춘기의 두 아들을 키우며 맘고생이 심했다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이 나왔다. “나는 무엇 때문에 10대 아이들이 그렇게 사람 속을 뒤집어놓은 존재가 되는지 이해하게 돕고 싶다. 이것을 알아야 10대 자녀 때문에 혼란에 빠지거나, 그들에게 무작정 화를 내거나, 포기하고 두 손 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모들을 다독이며 10대의 반항과 산만함, 예측할 수 없는 태도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10대의 뇌는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특히 머리의 앞부분에 있는 이마엽(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인간의 뇌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뒤통수에서 앞이마 쪽으로 서서히 발달하는데 10대의 뇌는 80% 정도 성숙한 상태다. 뇌에서 뒤늦게 발달하는 이마엽은 인간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추론과 계획, 통찰의 능력이 생겨나는 곳이다. 아직 이마엽에서 정보처리가 미숙한 아이들은 상황 판단이 서툴고 충동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청소년의 뇌는 성인보다 자극에 민감하다. 도파민의 분비가 강화되어 보상을 조절하는 신경시스템이 예민하게 작동한다. 이렇게 감수성이 뛰어난 말랑말랑한 뇌는 새로운 것을 익히는 학습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쉽게 빠져들고 중독되는 함정이 있다. 10대의 뇌는 술과 담배, 약물, 스트레스에 성인보다 훨씬 취약하다. 또한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가 미성숙하고, 이마엽과 다른 뇌 영역과의 연결이 느슨해서 인지적인 통제가 어렵다. 그래서 10대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폭발하고, 과잉 흥분하고, 실수를 반복하고, 무모한 일에 목숨을 건다. 부모 말을 듣지 않고, 잘못하고 나서 말대꾸까지 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의 처방은 간단하다. “열까지 세는 습관을 들이자.” 하나, 둘, 셋… 을 세는 동안 ‘어떻게 그럴 수 있어?’가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10대 아이들은 자신을 들여다보며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무언가 어리석은 일을 하고도 왜 그랬는지 모를 수 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0대의 한계를 알고 있는 부모는 충격받지 않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고 숫자를 세며 아이들의 이마엽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과 다르다. 신경과학에서 아이들의 뇌를 연구한 것은 1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현행 교육과 법 제도는 청소년의 뇌를 고려하지 않고 제정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학교 시험시간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청소년 재판까지 다양한 곳을 뛰어다닌다. 성인의 신경학적 프리즘으로 아이들을 재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진정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아이들의 눈을 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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