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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6 06:01 수정 : 2019.04.26 20:01

[책과 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지음/동아시아(2019)

“2020년대가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입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이야기다. 조천호는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인류가 벼랑 끝에 서있다고 경고했다. 탄소를 저감하지 않고 현재 추세로 계속가면 지구 환경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2도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100년 동안 1도가 상승했고, 이대로라면 앞으로 20년 안에 0.5도가 더 오를 것이다. 1, 2도가 작은 수인 것 같지만 급상승하는 기온에 인류는 지금껏 지구에서 살아보지 못한 극한의 기후에 처하게 된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에 나오는 그린란드 지방에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가 좋은 예시가 된다. 노르웨이 바이킹과 이누이트족은 14세기께 점점 추워지는 소빙하기를 맞이했다. 노르웨이의 전통 방식을 고수했던 바이킹은 유럽인의 삶을 바꾸지 않고 절멸했다. 반면 이누이트족은 혹독한 추위에 식량, 난방, 의복을 자급자족하면서 살아남았다. 조천호는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인간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지금이 “소빙하기보다 격렬하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기후 변화는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이후, 가장 큰 위기적 상황이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고, 나는 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서 북토크에 갔다. “대기 과학자는 지구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분석한 뒤, 다시 통합합니다. 지난해 8월에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바탕으로 데이터와 수치를 다시 확인하고 고쳤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 30년의 공직과 연구 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과학이 미래 기후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보고서는 수많은 과학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입니다.” 그의 말에는 신뢰가 묻어났다.

그러면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체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북토크에 온 과학 교사와 방송 작가,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나와 마찬가지로 모두의 관심사는 미래를 어떻게 바꿔야 하냐는 것이었다. 조천호는 한국 상황을 몇 가지 지표로 보여주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이고, 9번째 에너지 소비국이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에너지를 펑펑 써가며 무한경쟁으로 과열된 나라였다. 기후 변화의 지표조차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살기 힘든 곳인지를 나타냈다. 돈이나 물질보다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정의롭고 합리적인 민주주의 사회, 그런 좋은 사회가 되어야 기후 변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불평등과 비대칭은 에너지나 자원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리가 미세먼지에 괴로워하며 중국을 탓할 때, 온실가스 때문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이 있다. 한국이 포함된 주요 20개국(G20)들은 온실가스 80%를 방출하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더운 지역의 가난한 나라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저위도에 사는 10억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겨우 3%에 불과한데 말이다.

우리가 저질러 놓은 온난화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떠넘겨진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과학자의 몫이었다면, 이제 미래를 바꾸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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