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AK커뮤니케이션즈(2019) 그는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도쿄대 전공투 대표였던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당시 물리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다. ‘장래의 노벨상 수상자감’으로 불리던 물리학자는 운동권의 기수로 변신해 1968년 세계혁명의 도도한 흐름에 동참한다. 하지만 전공투 운동은 패배하고, 그는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실 정치에 투신하지도 않는다. 대중의 관심을 뒤로한 채, 60대의 나이에 <과학의 탄생>이라는 훌륭한 과학사 책을 내놓는다. 올해 78살의 야마모토는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며 일본의 비판적 지성으로 거듭난다. 최근 저작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은 개국 이후 150년 일본의 과학기술 발자취를 살펴본 책이다. 책 제목에 나와 있듯, 일본의 과학기술은 ‘총력전 체제’에서 형성된 것이다. 서구 열강에 쫓겨 ‘식산흥업’과 ‘부국강병’을 위해 도입된 과학기술은 청일, 러일 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에 의한 과학기술의 총동원 체제는 일상화되었다. 일본의 과학기술을 키운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 아시아의 약소국을 침략하고 사회적 약자를 희생해서 얻은 과학기술의 발전이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일본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으로 고도성장을 한다. 총력전 사상을 그대로 계승해서 전쟁으로 경제 대국을 일구었다. 이때 과학자와 기술자는 아시아 침략에 대한 자각도, 전쟁 협력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는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배출되고 연구 역량이 커졌지만 대학의 자율권과 민주주의로 연결되지 않았다. 1960년대 도쿄대 전공투 운동은 이러한 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에서 나왔다. 청년들은 총력전 체제를 떠받치는 부속물이 되기를 거부한 것이다. 야마모토는 회고록 <나의 1960년대>를 통해 젊은 날의 꿈과 시대정신을 소상히 증언한다. 그 연장선에서 쓴 책이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이다.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본 과학기술의 태생적 한계를 고찰하고, 역사적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전공투 운동 당시 야스다강당 앞에 선 야마모토 요시타카(오른쪽). 와타나베 히토미(渡邊眸) 촬영.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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