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6 05:59
수정 : 2019.08.16 20:30
[%%IMAGE1%%] [책과 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빙하여 잘 있거라 피터 와담스 지음, 이준호 옮김/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2018)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폭염이 찾아왔다. 세계 기온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동안,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정말 빙하와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다급한 마음으로 피터 와담스의 <빙하여 잘 있거라>를 펼쳐 들었다. 지구 행성이 빙하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와담스는 1970년부터 북극과 남극의 해빙을 연구한 극지해양학자다. 지난 40~50년 동안 그는 50회가 넘는 극지탐사 활동을 벌였다. 잠수함에서 육중한 해빙과 씨름하며 해빙의 성질과 이동, 두께의 변화를 연구했다. 1990년에는 인공위성으로 탐지할 수 없는 해빙의 3차원적 구조를 밝히고,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얇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했다. 1990년대 얼음의 두께는 1970년대와 비교해 43%나 얇아져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는 북극의 극적인 변화에 산증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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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22일 지구의 날에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회원들이 대형 빙하 조형물을 설치하고 남극해 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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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여 잘 있거라>는 개인적 체험이 녹아 있는, 극지현장 연구보고서다. 각종 사진과 그래프는 기후변화의 파국과 북극의 고통을 입증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극지의 얼음은 독특한 물리적 특성으로 기후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북극은 얼음의 급격한 감소로 더는 버틸 힘을 잃었다. 기후변화 전문가로 변신한 와담스는 이미 북극의 해빙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 복원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에 맞서, 정치적 공방이 오고 가는 자리에서 북극의 증언자로 나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기후변화의 논쟁점을 상세히 전달한다. 왜 북극의 얼음이 지구의 기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얼음은 태양빛을 반사해서 우주로 내보내는데 얼음이 없으면 태양빛을 흡수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 이것은 우리가 대기 중에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50%를 다시 추가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지구 가열을 50%나 증폭하는 셈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엄청난 ‘양의 되먹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얼음이 제거되면 북극의 공기조절 시스템이 붕괴된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고, 그 열을 대기에 전달해서 북극의 기온이 점점 오른다. 지난 160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0.8도 상승할 때 북극은 2.4도 상승했다. 이러한 북극의 증폭은 해안의 영구 동토층을 녹여버리고, 퇴적물에 갇혀 있던 메탄을 방출시킬 것이다. 온실가스인 메탄의 영향으로 2040년까지 지구의 온도가 0.6도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구에서 빙하가 사라지면 모든 생명체는 위험에 빠진다. 와담스는 북극의 얼음 후퇴를 처음 인식한 20~30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한다고 탄식한다. “정부와 시민 모두 너무 근시안적이고 무지하고 탐욕스러워 필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없었다.” 우리는 무지와 무능, 탐욕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정치가들에게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시민들에겐 투표와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권한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빙하를 돌아오게 할 것이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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