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리사 손 지음/21세기북스(2019)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세상에 태어났다.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나를 둘러싼 자연과 사회, 문화, 역사 등을 이해하고, 무엇보다 나의 정체성을 깨달아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 것일까?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는 것이 ‘메타인지’다. 그런데 그 거울에서 반사된 빛은 내가 아닌 다른 것들로부터 온 것이다, 사회적 관계나 활동을 통해 구성된 ‘나라는 개념’은 착각과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너 자신을 알라’는 주문에 응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최근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메타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메타인지가 주목받고 있다. 똑똑한 기계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질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배움’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하자, 인간의 학습 방식을 돌아보게 되었다. <메타인지 학습법>을 쓴 리사 손은 인간의 기억과 학습, 메타인지를 연구하는 인지과학자다. 그녀는 아이들의 학습과정에서 메타인지가 왜 중요하며,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과학적 근거를 들어 제시한다. 인간의 지능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꾸준히 학습해왔다. 지능의 본질은 학습이고, “모든 학습은 메타인지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느낌과 기억,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면 효과적인 학습이 불가능하다. 스스로를 평가(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진다. 이렇게 자기를 돌아보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메타인지를 키울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리사 손은 메타인지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빠르게, 쉽게, 실패 없이 학습하는 방식을 꼽는다. 빠른 시간 안에 실수 없이 정답 맞히기 경쟁을 하는 입시제도는 최악의 교육인 것이다. 우리는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운다. 좌절감과 부끄러움에 시달릴지라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정해야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배움은 실패를 감당하고 스스로 터득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리사 손은 ‘메타인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용기를 키우는 힘’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포기하지 않는 용기, 도전하는 용기, 실수를 극복하는 용기, 창피함을 무릅쓰는 용기,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용기 등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게 바로 학습이다.” 메타인지가 없는 기계는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자신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 자신을 이해하고 경험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간다. 나를 아는 것은 모든 변화와 배움의 출발점이다. 비록 그 과정이 외롭고 고통스럽더라도 인간의 특권이기에 멈출 수 없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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