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5.03 20:30 수정 : 2018.05.03 20:34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망원동 에코 하우스
고금숙 지음/이후(201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이사철을 맞아 집을 보러 다니면서, 톨스토이의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다.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크기의 집과 얼마나 많은 물건과 돈이 필요한가? 서울에서 임대료는 정확히 집의 상태와 조건에 비례했다. 햇빛과 바람, 풍경도 돈을 줘야 살 수 있다는 듯, 햇살 한 줌에 1천만 원, 바람 한 줄기에 1천만 원, 트인 시야 1천만 원… 이렇게 환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매매가는 미래에 실현될 교환가치에 비례했다.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가를 기준으로 수많은 변수가 고려되고, 대출금과 이자를 어느 정도나 감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정리되는 고차방정식이었다.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집값도 올라야 하는데, 돈이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들의 딜레마였다.

이런 고민이 방향을 찾는 데 있어 두 가지 경험이 전기를 마련했는데, 하나는 중국 윈난성 리장 여행이었고, 다른 하나가 이 책이었다. 리장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은 필요한 만큼 벌고 많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그리고 친교를 위해 보내고 있었다. 하루 4시간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친교라는 니어링 부부의 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여유로운 삶이었다. 이런 삶이 가능한 것은 기본적인 ‘삶의 비용’이 비교적 적다는 중요한 전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덜 소비하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정민용 후마니타스 대표

이 책 <망원동 에코하우스>는 삶의 비용이 높고 고도의 소비사회인 서울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고민을 실용적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도시에서 생태적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오래된 다세대 주택을 구해, ‘패시브 하우스’의 문제의식을 좇아 집을 뜯어고친다.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설계된 제품, 계속 재활용되다가 수명이 다하면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를 찾아 헤매는 것은 물론, 세면대로 버려지는 물이 아까워 변기 수조로 파이프를 연결하며, 설거지 허드렛물을 받아 청소를 하고 텃밭에 물을 준다. 여기에는 도시 전기 중 18퍼센트가 물을 생산하는 데 들며, 수도꼭지를 5분간 틀어 두면 60와트 백열등을 14시간 밝힐 수 있는 에너지가 버려진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필요한 물건은 되도록 사지 않고 나눠 쓰고 고쳐 쓴다. 비닐봉지를 받지 않기 위해 시장에 가기 전에 물건 담을 용기를 바리바리 싸가고, 음식물의 소금기를 빼서 퇴비로 만들고 땅에 묻다가 이웃들에게 무단 투기꾼으로 몰리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전기 242.1%, 도시가스 79.8%를 절감하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때쯤, 저자는 이런 노력이 자원을 아끼는 것을 넘어 ‘연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곧 밀양 주민들과의 연대이자,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과의 연대라고 말이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르고, 잔인하지 않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잔인한 사회를 만든다고. 소비하는 삶, ‘쓰레기가 되는 삶’이 아니라 ‘순환하는 삶’, ‘연대하는 삶’의 시작이라고.

어쩌면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이 사회를 바꾸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내 생활을 조금은 바꾸었으니 말이다.

정민용 후마니타스 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