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김연수 지음/문학동네(2014)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하는 사람에게는 그 일에 대한 멋진 생각도 있는 게 분명하다. <소설가의 일>은 소설가 김연수가 자신의 일,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꼭 소설 쓰기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변주해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자가 직업인 나에게는 책을 만드는 것이 일이겠지만. 사랑과 우정을 말하는 일, 모험하고 도전하는 일, 가끔은 별다른 일 없이 휴가를 내고 동네를 방방 산책하는 일. 이 모든 것도 일이고, 그것들을 반짝이게 만드는 법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소설쓰기 방법론을 통해 말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보자는 것. 그 방법은 이러하다. 먼저 ‘인물’ 만들기. 손이 잘 닿는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소설이라면, 그 주인공은 분명히 멋진 인물일 거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주인공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구는 주인공”이 아닌,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불안 속에서 자신이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이다. ‘불안’과 ‘실패’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주인공의 여정은 ‘생고생’과 함께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안전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소설은 시작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건너고 나면 불타버리는 다리를 만드는 것. 그 일이 있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사건의 등장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불치병에 걸리고. 이중 으뜸은 주인공이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벌이는 일이다. ‘끝이 난 건가’ 싶은 이런 순간은 일상에서도 왕왕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이 난 자리에 ‘시작’되는 일이 있다. 소설 또한 그렇다. 이제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행동이 주인공이 자초한 생고생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은 한계에 부딪치고 실패하며,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사랑하는지 이 생고생을 통해 증명한다. 여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윤리가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그런 세계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이 병은 낫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이 불안을 모두 떠안겠다. 그리고 정말 우리가 원하는 세계가 오지 않는 것인지 한번 더 알아보겠다. 이게 현대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윤리가 아닐까. 자신의 불안을 온몸으로 껴안을 수 있는 용기, 미래에 대한 헛된 약속에 지금을 희생하지 않는 마음, 다시 말해서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태도.” <소설가의 일>을 읽으며 자꾸만 ‘최선의 나’를 질문하게 된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헌책방에 떨이로 쌓여 있는 빛바랜 소설책 같은 인생처럼 보이더라도. 혹여 실패가 예견되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멋지게 망해보고 싶다는 생각.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신이 되어보는 것은 누구의 기준도 아닌, 나의 기준으로 살아보는 일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어떤 이에겐 종교가, 어떤 이에겐 체면이, 어떤 이에겐 여전히 부모가 삶의 기준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책 중독자들 중에는 아마도 책이 그 기준인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결말이 어떠하든 “최상의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멋진 지도가 되어 주리라고 생각한다. 조유나 동아시아 인문사회팀장
※ 이번 주부터 조유나 동아시아 출판사 인문사회팀장이 집필합니다. 4주 간격으로 세 권의 책을 소개하며, 그중 한 권은 자사 책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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