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통 블로그 | 반복되는 지표 물가 논란
소득 수준·거주 지역 따라 물가 수준 달라
오른 품목에 더 반응하는 소비자 심리도 체감도에 영향
미 보스킨보고서, “지표물가, 1%포인트 상향 편의”
서울 시 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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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물가 ‘체감’은 가구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을 주로 소비하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가 느끼는 물가 체감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구별 소득 수준에 따라 물가 수준을 따져보는 접근법은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가구별로 많이 지출하는 품목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소득 수준별로 체감하는 물가 오름폭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소득 하위 10%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 항목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한 비중이 23.1%로 통계청이 분류한 12개 지출품목 중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주거·수도·광열’(15.5%)이었다. 반면 소득 상위 10% 가구는 ‘교육’(15.8%)과 ‘음식·숙박’(13.8%) 항목에 가장 많이 돈을 썼다. 식료품과 주거비용엔 저소득 가구가, 교육비엔 고소득 가구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이런 차이를 고려해 소득 수준별 물가상승률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를 보면, 2012~2015년 3년간 소득 하위 10%의 물가는 3.86% 올랐으나, 소득 상위 10% 가구의 물가는 2.6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2%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함께 이 분석을 진행한 김 의원실의 이종석 보좌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분석 대상 기간에 고소득층이 많이 지출하는 품목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유가가 많이 내리면서 소득 계층에 따른 물가 체감이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 수준에 따른 물가 부담 차이는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낮을 때보다 높을 때 더 커진다. ■ 심리도 물가 체감에 영향
소비자들의 심리도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 간의 차이를 낳는 원인이다. 가령 두부나 콩나물처럼 자주 구매하는 품목의 가격 변화에 가계는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통계청 쪽은 “비슷한 가중치를 가진 배추와 세탁기의 경우 자주 사는 배추값은 오르고 세탁기값은 내릴 때 소비자물가 수치 변동은 미미하나 체감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는 가격이 오른 품목은 잘 기억하지만 내린 품목은 잘 잊어버리거나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체감물가에 영향을 준다. 행동경제학계에선 이런 현상을 ‘손실회피편향’이라고 부른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람들은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한다”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최근 이런 점을 고려해 가격이 오른 품목에 더 높은 가중치를 적용할 경우 소비자물가와 체감 물가 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유 청장은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중) 가격이 오른 품목에 1.5배 높은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 지난 1월 물가 상승률은 3.1%로, 지표 물가(2.0%)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물가 조사 품목 중 가격이 오른 품목이 많을수록 소비자들은 실제 지출 비중과는 무관하게 물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란 뜻이다. ■ 지역·기술 발달도 영향
체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이밖에도 여럿이다. 그중 하나가 지역별 차이가 꼽힌다. 지난달 전국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였으나 지역별로 차이는 크다. 제주는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2.8%의 물가 상승률을 보였으나, 대전의 물가 오름폭은 1.5%에 머물렀다.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체감 물가도 다를 수 있는 셈이다. 끝으로 물가 조사 방식의 한계 때문에 물가 수준이 실제보다 더 높게 측정된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가전제품처럼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 해를 거듭할수록 가격 하락폭이 큰 품목의 경우 물가 통계에선 이런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1996년 미 의회가 만든 ‘보스킨보고서’는 기술 발달을 따르지 못하는 물가 조사의 한계로 지표 물가가 실제 물가보다 1%포인트가량 높게 측정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유 통계청 물가통계과 서기관은 “각국의 통계 당국은 지표 물가의 상향 편의를 줄이기 위해 품목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품질 조정’(기술 발전과 구매 행태 변화를 반영한 가격 조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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