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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7 15:18 수정 : 2017.08.17 21:2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와 성장률 전망치 등을 결정하기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Weconomy | 정책통 블로그_기준금리 어디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와 성장률 전망치 등을 결정하기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지난 6월부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꾸준히 알려왔다. 올 상반기부터 나타난 경기 개선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줄어들어 자본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 운을 뗀지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상황도 여럿 펼쳐졌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왔고 우려하던 북핵 리스크가 크게 불거지며 외국인 자금의 국내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모두 금리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명분 쌓아온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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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지난 6월12일 이주열 총재가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를 빌어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던진 이후 한은은 금리 인상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같은 취지의 발언이 같은달 13일 김동연 부총리와의 첫 회동에서도 나왔고, 지난달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금융안정보고서와 함께 국회에 제출하는 양대 보고서 중 하나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7월31일)에도 같은 문구가 들어갔다.

한은이 금리 인상 신호를 지속적으로 던진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1.1%(전기비)로 나오는 등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났고 지난해 1% 안팎이었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올해 들어선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에 이른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내외 금리차이가 줄고, 지난 2분기부터 가계부채도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물가와 금융 안정을 금리 정책의 핵심 잣대로 삼아야 하는 한은으로선 어느 쪽으로 봐도 시기가 문제일 뿐 금리 인상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6월부터 시장에 금리인상 신호 보내왔는데
부동산 대책·북핵리스크 등 경제여건 변화
정부도 ‘금리인상 좀더 지켜보자’ 기류인 듯

민간 경제분석가들도 대체로 한은의 통화 정책 기조 변경 움직임에 공감하는 의견을 많이 냈다. 정성태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경기 개선 속도나 물가 수준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1년 후 중립 금리(완화적이지도 긴축적이지도 않는 금리 수준) 수준은 2.0~2.5%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는 금리 정책을 경기 지원보다 금융안정에 좀더 무게를 둬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현 기준금리는 연 1.25%이다.

달라지는 흐름

“(금리 인상 시사 첫 발언이 나온) 6월보다 지금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진 것 아니냐.” 최근 <한겨레>가 만난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경기 흐름과 8·2부동산 정책, 북핵 위험 등을 두루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이 쏟아지면서 한은으로선 생각할 거리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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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여건은 변화하고 있으며 그 방향을 가늠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를 앞세운 8·2 부동산 대책은 결과적으로 시중에 풀리는 자금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이 정책이 효과를 내어 집값이 안정되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 한은으로선 금리 인상 명분으로 삼던 한 축인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은 줄어든다. 거꾸로 정책 약발이 잘 먹히지 않으면 “금리를 올려서라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란 전혀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도 변수다. 고용시장을 중심으로 전반적 경기는 개선되고 있으나 물가 부진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미 연준 위원들이나 지역 연은 총재들은 대체로 현재의 인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장 전문가들도 오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으나 “물가 지표를 고려해 금리 인상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한다”(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17일 공개된 연준의 ‘7월 의사록’에도 물가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상 시기를 늦처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계기로 급격히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도 돌출 변수였다. 북한과 미국 간 맞대응 수위가 올라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고,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상승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15일부터 북-미가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며 긴장도는 다소 줄었으나 긴장 해소라기 보다는 ‘휴지기’라는 풀이가 더 우세하다. 지난 4월 만난 한은 고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상 쪽으로 방향이 잡히겠으나, 가장 큰 부담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언제 어느 정도로 불거지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의 한 간부는 “변수가 부쩍 늘어나,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금리 정책 방향을) 판단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의중은?

금리 정책에는 정부의 뜻도 영향을 준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 최근 있었다. 지난 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주열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당국자가 금리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저는 시종일관 금리문제는 통화당국에서 독립적으로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김 보좌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저금리 상황은 좀 문제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 한은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고 금리를 너무 낮춰버린 바람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폭탄이 장착됐다”고 말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 부총리의 이번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단지 청와대 경제 참모가 한은의 고유 권한에 관여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정부 핵심 관계자는 “김 보좌관이 언급한 금리 정책 방향은 정부 내 공감대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며 “(인터뷰를 통한) 공개 발언 자체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시장이 정부의 뜻을 오해할 수 있었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경기 개선이 얼마나 탄탄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판단은 좀더 시간을 갖고 하는 게 낫다란 시각이 정부내 많다”고 덧붙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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